영리보다는 지역주민의 건강이 우선이라는 취지로 지역주민이 참여하여 만든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 그러나 사무장 의료생협, 진료비 부당청구, 무자격자 진료 등 설립목적과 달리 불법행위를 통한 영리를 추구해 인가취소까지 되는 경우도 있어 가짜 의료생협에 대한 국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최근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의료생협 현황 및 법령위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료생협 설립근거법인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을 위반해 인가가 취소된 의료생협이 최근 2년간 24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08년 61개에 불과했던 의료생협은 2010년 98곳으로 증가했고, 이어 2012년 285곳, 2013년 4월말 기준으로 전국 340곳의 의료생협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올해 4월 현재 의원은 166곳으로 가장 많이 설립됐고, 뒤 이어 한의원 73곳, 요양병원 62곳 순으로 설립·운영 중이다.

그러나 의료생협에서는 당초 설립취지에서 벗어나 무자격자의 의료행위, 유통기한 경과 의약품 사용, 환자 불법유인행위, 본인부담금 면제, 사무장병원 등 각종 불법행위가 일부 의료생협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8년부터 5년간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생협은 총 93곳(건)으로, 세부적으로는 2008년 8건, 2010년 10건이었던 의료법 위반이 2012년에는 53곳 등으로 급증했다.

의료법 위반 유형으로는 무자격자에게 의료행위를 시키고,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진열하거나 사용하며, 약사 및 간호사를 고용하지 않는(정원미달) 등의 불법행위를 불러 일으켰다.

또 본인부담금 면제 또는 교통편의 제공 등 환자를 불법적으로 유인·알선할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이 의사를 고용해 만든 이른바 ‘사무장 병원’으로 운영한 의료생협도 다수 적발됐다.

이처럼 가짜 의료생협들의 의료관련 위법행위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인가취소도 최근 3년동안 무려 24건이나 이뤄졌다.

의료생협의 인가취소는 지난해의 경우 한 건도 없었지만, 2012년에는 19건, 올해 8월까지 5건이 발생했다.

이들의 취소사유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설립인가를 받은 곳이 4곳, 1년 이상 영업정지를 당해 취소된 곳이 10곳에 달했고, 시정명령을 받고도 불응해 취소된 곳도 2곳 있었다.

문제는 의료인이 아니어도 개설할 수 있는 의료생협의 특성상,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무장병원 설립이 용이하고, 의료생협 설립취지에 반하는 과도한 영리추구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많다는 점이다.

즉 의료법에 따라 비의료인은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없지만,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비의료인인 일반인들이 조합 설립에 필요한 법정 조합원 및 출자액을 맞추면 누구나 의료생협을 설립·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있다.

게다가 의료생협의 설립 관련 행정절차 및 법률자문을 도와주는 컨설팅 업체까지 성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조합원의 출자금을 대신 납부후 의료생협을 개설하고, 출자금 등을 회수하고자 환자 불법 유인 및 알선, 허위부당청구 등 영리목적의 사무장병원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주 의원은 "의료생협은 지역주민이 스스로 주인이 되고, 지역주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작됐다. 건강마을 만들기, 주민과 소통하는 지역사회 공동체운동에 앞장서온 의료생협이 이윤추구의 도구, 불법 사무장병원의 온상이 되고 있어 정직하게 운영하는 많은 의료생협과 지역주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 의원은 "돈벌이 목적의 의료생협이 우후죽순 설립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보건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 또 관할 시도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료생협 설립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설립취지나 법령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해 불법 의료생협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의료생협의 발전과 양성화를 위해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의료생협에 대해서는 제도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