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고혈압, 비만 유병률이 세계 최고요? 그래도 세계 최고인 것이 있어서 기분 좋네요."
선진국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에게 휴양지로 잘 알려진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피지(Fiji)에서의 이야기다. 선진국의 대외 원조와 더불어 시작된 서구문물의 유입은 이 지역의 식습관을 바꿨다. 패스트푸드와 정크푸드가 다량으로 공급되면서 이 지역의 비전염성 만성질환(, NCD)은 빠르게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인근 남태평양 도서 국가 대부분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과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은 흔히 선진국병으로 인식되는 당뇨, 고혈압, 비만, 심장질환 등의 ‘비전염성 만성질환시대’에 살고 있는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을 위해 현지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사진> 교육프로그램 개회식에 참가한 김웅한 서울대학교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 옥별임 외교부 참사관, Ian Rouse 피지의대 학장(두 번째 줄 왼쪽에서 3번째부터 5번째까지)과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하는 교육프로그램은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27일까지 5주간 피지의 수도 수바에서 열린다. 교육은 외교부와 태평양도서국포럼(PIF)간에 조성된 기금으로 진행된다.
의료진은 사업 책임자인 신좌섭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를 비롯해 김웅한 소아흉부외과 교수, 윤형진 의공학과 교수, 민승기 외과 교수, 이승표·김정희 내과 교수, 박민선 가정의학과 교수, 이유경 산부인과 교수 등으로 구성됐다.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은 피지국립의과대학과 함께 남태평양 14개 국가 37명의 일차보건인력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며, 김계형 가정의학과 교수는 코디네이터로 현지에서 사업의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한다.
교육은 공중보건과 일차의료, 만성질환 등에 대한 단순 ‘지식전달’에 그치지 않고, ‘생활습관과 인식전환 교육’이 함께 이뤄진다.
참가자들은 만성질환 환자들을 인터뷰하고 올바른 생활습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토의한다. 또 국립식품영양센터를 방문해 영양가 있는 식단에 대해서 배우고, 직접 텃밭을 가꾸며 야채 섭취에 대한 인식도 바꾼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참가자들의 크고 작은 변화가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몸무게를 재고 매일 오후 강당에서 운동 강사와 함께 1시간 동안 유산소 운동을 하며, 육류의 비중을 줄이고 직접 재배한 채소 위주로 식단도 바꾸는 등 과식하는 사람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먀살군도에서 온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의사 JameJ.Yaingelou는 2주 만에 3kg을 감량하기도 했다. 그는 "남태평양 국가 사람들은 야채는 하등한 동물이 먹고, 뚱뚱한 사람이 출세하고 아름답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나의 경험을 공유해 만성질환 환자들의 인식전환을 이루겠다"고 말을 전했다.
김계형 교수는 "캐나다에서 이뤄진 연구에 의하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진 의료진이 진료할 때 환자들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게 된다"며 참가자들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3주가 지나면 참가자들은 교육에서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나라에서 만성질환 퇴치를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 5주차에는 수립된 계획에 힘을 보태고자 신좌섭 교수가 각 나라의 보건공무원과 지역 WHO등 공여기관 담당자들을 초청해 함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비전염성 만성질환은 예방과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이번에 참가한 각 국가의 일차보건인력이 이러한 역할을 가장 비용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서 "이번 교육을 통해 참가자들이 지역사회 변화를 위해 스스로 프로젝트를 실행할 경험과 지식을 쌓고 무엇보다 개인의 삶에 큰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