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언어문화연구원이 주관하는 국어능력인증시험을 실시하면서 뇌병변장애인에게 아무런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차별행위라고 판단하고, 한국언어문화연구원 이사장에게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편의 제공을 권고했다고 6일 밝혔다.
진정인 정모(남, 31세)씨는 출생 과정에서 소뇌를 다친 뇌병변 2급 장애인으로 몸의 강직 현상과 불수의(不隨意)적인 움직임이 동반되고 있어 재활 치료를 받으면서 4년째 치료약을 복용 중이다.
진정인은 공기업에 취직하기 위한 준비 요건으로 지난해 5월 한국언어문화연구원에서 주관하는 국어능력인증시험에 응시한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시간 연장 편의 제공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같은 해 7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국언어문화연구원은 '시각장애와 청각장애'에 대해서는 대활자 시험지 제공, 시간 연장, 듣기시험 대본 제공, 보조기기 사용 승인 등 차등적으로 편의를 제공하고 있고 휠체어 장애인이 파악되면 1층으로 고사실을 배정하는 등 가능한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또 '시간연장'의 경우 고사장, 감독관, 방송장비를 별도 준비해야 함은 물론 진행요원의 근무시간도 연장해야 되는 관계로 응시료의 5~6배의 비용이 추가로 지출되기에 다른 방안이 없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가능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국어능력인증시험과 유사한 KBS 한국어능력시험의 경우에도 ‘뇌성마비 등 기타 신체의 장애를 가진 응시자들은 장애의 정도에 따라 시험시간을 응시자 본인의 원에 의해 30분을(듣기문제는 제외) 추가 요청’할 수 있고, ‘신체적으로 답안지에 표기를 할 수 없는 응시자들은 별도의 고사실에서 시험을 치르면서 그들의 답을 기입해 줄 대필자를 요청’할 수 있는 등 장애 유형 및 경중에 따라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언어문화연구원에 따르면 뇌병변장애인에게 시간 연장 등의 편의를 제공해 주기 위해서는 최소한 16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정도의 금액이 재단법인인 피진정인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국어능력인증시험 결과는 언론사·공기업 등에의 입사 또는 의학전문대학원, 대학 등의 입학전형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므로 뇌병변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장애인은 취업이나 진학에 있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언어문화연구원이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 아닌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과 질적으로 동등하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 됨에도 뇌병변 장애인의 시험시간 연장 요구를 거부한 것이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차별행위라는 지적이다.
또 진정인이 본 시험을 실질적으로 평등한 조건에서 응시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국어능력인증시험 인증서와 성적으로 공기업 등의 입사시 가산점을 부여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고 판단해 이 같은 권고를 하게 됐다고 인권위 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