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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철 서울대 교수 외 2인, '아름다운 우리말 의학 전문용어 만들기' 출간
기사입력 2013-03-22 오전 11:57:00 | 최종수정 2013-03-22 11:57
 

서울대학교병원은 은희철 사울대학교 의대교수, 송영빈 이화여대 교수, 정인혁 가톨릭의대 초빙교수 등이 소통이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 의사와 환자는 물론 의료 인력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아름다운 우리말 의학 전문용어 만들기'를 출간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책은 은희철 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가 그간의 경험을 실제적인 예를 통해 체계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전문용어 순화와 제작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출간됐다.


다음은 '아름다운 우리말 의학 전문용어 만들기' 저자 인터뷰


▶ 전문용어란 무엇인가?

전문용어는 현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 사물 모두를 포괄하는 것이다. 일상생활부터 학술까지 현대 생활에서 전문용어가 쓰이지 않는 곳은 없다. 우리는 전문용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 특수 집단만 사용하는 용어가 아닌가?

소통될 수 있는 용어만이 가치가 있는 시대가 됐다. 정보지식사회에서는 전문용어는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용어의 벽은 낮아져야 하며 일반인의 어휘 세계에 전문용어가 들어와야 한다.  


▶ 전문용어는 왜 쉬워져야 하는가?

이치티오시스 벌가리스(ichthyosis vulgaris), 심상성어린선 같은 것은 의사들이 사용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집단 내에서는 교육을 받으면 의미가 있겠지만 일반인이나 피부과 이외의 의사는 무슨 말인지 모른다. 이를 보통비늘증이라고 하면 쉽게 개념화가 가능하다. 쉬운 전문용어는 사회의 소통을 보장하는 토대이며 시대적 요청인 것이다.  


▶ 기존 연구의 문제점은?

기존 연구는 전문용어의 표준화에 맞추어져 있었다. 이미 만들어진 용어의 표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어 어법에서 벗어난 용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전문용어는 끊임없이 만들어지며 새로운 용어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기존 용어는 물론 앞으로 만들어질 용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언어학과 해당 분야 연구자의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 쉬운 전문용어는 국어학자만의 몫도 아니고 해당 전문가만의 몫도 아니다. 모두의 몫이어야 한다.


▶ 이 책이 다른 점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언어학과 의학의 만남이다. 함께 용어를 만들어가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을 보여줬다. 기존 용어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용어의 적절성 평가 기준, 한국어 전문용어의 역사적 특수성, 쉬운 우리말 전문용어가 세계의 다른 언어의 민주화를 위해 공헌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앞으로 우리 말 전문용어의 미래를 위한 기본 틀을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 새로운 전문용어 만들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의학자와 언어학자의 만남이 신선하다. 어떻게 만났나?

2004년 '의학용어집' 5판을 만들기 위한 전 단계로 기본적인 의학용어를 집중적으로 다듬은 '필수의학용어집'발간을 위한 대한의사협회 용어위원회에 함께 참여하게 되면서 부터다. 의사 사회에는 다른 사회와 마찬가지로 난해한 기존 일본어 음역어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영어를 쓰자는 사람들, 그리고 쉬운 우리말 용어를 만들어 쓰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 속에서 진지하게 때로는 격하게 논쟁을 하며 비록 세대는 다르지만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하게 됐고, 2006년 '필수의학용어집'이 완성된 뒤에도 개별적인 만남을 이어갔다. 항상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수이기에 더욱 서로에 대해 존중하며 서로 의학용어의 나아갈 길에 대해 진지하게 토의를 이어갔다. 


▶ 저술 동기는?

시대에 역행하는 용어의 보수화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의학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전문용어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책을 쓰게 됐다.


▶ 누가 무엇을 썼나?

송영빈은 일본어에서 들어온 전문용어의 문제점과 쉬운 우리말 전문용어의 정당성을 언어학의 입장에서 입증하려고 했다. 정인혁은 한국어 전문용어의 역사적 변천과 쉬운 우리말 해부학 용어 만들기의 실제를 제시함으로서 쉬운 용어 만들기의 실천적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은희철은 용어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문제가 있는 용어에 대해 쉬운 우리말 용어 만들기를 위한 구체적 방법들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기존 전문용어뿐 아니라 미래의 전문용어 만들기를 위한 방법론을 제공하려고 했다.    


▶ 집필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공저이기에 내용의 흐름을 어우러지게 구성하는 것이 어려웠다. 언어학, 피부과학, 해부학이라는 세부 전공에 따른 시각의 차이도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특히 전문용어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의 부족은 물론 의학 전문용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모든 것은 새롭게 써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  


▶ 누구를 위한 책인가?

전문용어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의사는 물론 우리사회의 전문용어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든 이를 생각하며 집필했다. 정보의 가치가 증대되고 분야간 정보 교류는 활발해졌다. 이런 시대에 맞는 전문용어는 쉽고 명료한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기존 난해한 일본어 음역 용어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도 널리 읽혀지길 바라며 썼다.  


▶ 의학용어 사례가 다른 전문 분야까지 적용될 수 있을까?

의학용어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의학은 물리, 화학, 생물 등 다른 분야와 공유할 수 있는 용어가 많다. 나아가 인문과학은 물론 법학, 공학 등 다른 분야의 쉬운 전문용어 만들기에 이 책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의학계는 쉬운 용어 제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가?

광복 이후 끊임없이 의학용어 정비와 표준화에 노력을 해 왔다. '의학용어집' 3판까지는 정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4판은 알기 쉬운 우리말 용어를 적극 담은 용어집이다.


이후 2006년 '필수의학용어집' 까지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다가 용어의 보수화 주장이 강해지면서 '의학용어집' 5판에서 4판에서 사라진 일본식 한자용어가 쉬운 우리말 용어와 병기되게 됐다.


▶ 주된 연구 자료로 의학용어집과 해부학용어집을 택한 이유는?

쉬운 우리말 의학용어에 불을 지핀 것은 '해부학용어' 3판이다. 이것이 있음으로 해서 4판이 탄생할 수 있었고 이러한 의학계의 흐름이 다른 학회에서 주목받았다.


▶ 전문용어에서 고유어를 사용하면 어떤 이점이 있는가?

의학용어는 복합어가 많아 한자어의 경우 단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장간막동맥간신경총이라는 한자어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 2음절 단어가 가장 많은 한국어 어휘의 특성상 장간/막동/맥간/신경/총으로 끊어 읽거나 장/간막/동맥/간신/경총으로 끊어 읽게 된다. 정확히는 장/간막/동맥/간/신경/총으로 구성된 용어다.


이를 창자간막사이신경얼기로 고치면 끊어 읽기 오류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나아가 용어의 경제적 사용에도 도움을 준다. 한자어를 사용하게 되면 단어문자라는 특성상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고유어를 사용하면 이것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고유어 앞에 대해서 한자어 용어로는 前域/前層/前索이 대응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한자어 용어를 고유어 앞으로 바꾸어도 해부학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적은 단어로 많은 용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용어 만들기에 있어서 경제적이다.   


▶ 그런데도 한자어나 영어 사용 빈도가 높은 까닭은?

우선 의학용어의 경우 해부학을 보면 55.3%가 고유어이고 42.9%가 한자어이다. 물론 실제 의사들이 사용하는 의학용어를 보면 압도적으로 한자어가 많다.


이것은 그동안 만들었던 쉬운 의학용어가 아직 정착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우선은 용어가 정착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데 있다.


두 번째 영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의학대학과 대학 병원 의사들의 대화에서이다. 환자와의 대화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밖에 현재 의사들이 사용하는 한자용어가 난해해서 영어 용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이 두 가지 현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쉬운 의학 전문용어는 점차 사회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구글에서 검색을 하면 갑상선은 700만 건이 검색되는 데 비해 갑상샘은 1억 3000만 건이 검색된다는 사실은 쉬운 용어가 앞으로의 세대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쉬운 용어라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 완전한 고유어화가 과연 바람직할까?

쉬운 우리말 용어 만들기가 한자어 추방, 완전한 고유어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그렇게 될 수도 없다. 그동안 추진해 온 쉬운 우리말 용어 만들기는 한자어 추방이 아니다. 쉬운 용어를 만들어 쓰자는 것이다.


▶ 쉬운 전문용어 만들기가 성공한 사례는?

과거 좌창을 쓰던 것을 이제는 의사나 환자 누구나 여드름이라고 쓰고 있다. 한자어는 학술용어, 고유어는 일상어라는 구도가 점차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쉬운 용어를 전문가가 사용하면 그것이 학술용어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기상용어 이안류가 역파도로 바뀌어 사용되고 있는 것도 좋은 예다. 


▶ 의학용어집에서 갑상선, 골다공증을 갑상샘, 뼈엉성증으로 바꾸려고 했지만 보급에 실패했다. 원인은?


생로병사의 비밀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의사들의 대부분은 갑상선을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에서는 점차 갑상샘으로 바뀌고 있고, 골다공증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골다공증은 뼈에 구멍이 많다는 뜻인데, 실제로 구멍이 많은 것이 아니고 뼈조직이 줄어들어 엉성하게 되는 것이다. 골다공증은 개념이 틀린 용어다.


만일 의사들이 골다공증 대신 뼈엉성증이 맞는 용어라는 것을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 앞으로는 골다공증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홍보를 한다면 이 용어가 쉽게 정착될 것이다. 국민학교가 일본 용어이기 때문에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이에는 홍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의학용어도 마찬가지다.       


▶ 쉬운 용어 만들기에서 유의할 점은 무엇인가?

한국어의 언어 체계와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맞는다고 해도 한국어의 언어 현실을 반영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표기는 한글이지만 한국어 어휘에는 한자어와 고유어가 어우러져 있다. 또한 외래어도 있다. 과거 코너킥을 모서리차기로 바꾸려고 했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드로잉, 패스, 파울과 같이 이미 축구에는 외래어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고 또 이들이 그렇게 난해한 용어도 아니었다.


따라서 괜한 반발만 사게 되면서 수용되지 않았다. 반면 역도 용어 중엔 용상이니 인상이니 하는 용어들이 있다. 이러한 용어는 쉬운 용어로 바뀔 필요가 있다. 의학용어도 마찬가지이며 지금까지의 개정 방향은 이런 선에서 이뤄져 왔다. 쉬운 용어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난해한 것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다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


▶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이 책은 연구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자신이 속한 분야의 용어를 다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과서와 같은 형식의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다른 분야 학회와 이러한 작업을 공유함으로써 의학용어에서의 노력이 보편성을 갖는 것임을 증명하는 방향의 연구를 하고 싶다.


▶ 당신은 누구인가?

송영빈: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으며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한국어와 일본어 어휘의 대조연구를 했다. KAIST 전문용어언어공학연구센터에서 전문용어를 연구하면서 일본에서 받아들인 전문용어가 한국어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어휘 차용문제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으로 직장을 옮긴 후 대한의사협회 용어위원회에 참가하면서 쉬운 의학용어 만들기에 공감하고 이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물리학 등 다른 분야의 전문용어에 대해서도 연구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정인혁: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맨눈해부학을 전공했다. 연세대에서 정년퇴직하고 가톨릭대학교에서 해부학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해부학 구조의 변이와 이것의 임상적 의미에 대한 연구 그리고 쉬운 우리말용어 만드는 일을 해왔다. 1987년부터 대한해부학회에서 일본식 한자용어를 쉬운 우리말용어로 다듬는 일에 적극 참여했고, 1995년부터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실무윈회 위원장으로 의학용어를 쉬운 용어로 다듬는 작업을 추진하여 2001년 의학용어 넷째판을 출간했다.


은희철: 의학자로 의과대학 교수로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일찍부터 우연히 피부과 의학용어위원회에 발을 들여 놓았다. 좋아하는 하나의 일에 골몰하면 다른 일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후회할 틈도 없이 피부과학회 용어위원장, 대한의사협회의 용어위원, 한국의학교육학회의 용어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용어집 제작에 심취했다.


그 후에도 의학한림원의 의학용어 원탁토론회에 적극 참여하게 됐으며, 그 과정에서 겪은 깊은 고뇌와 갈등은 이번 책을 저술하게 된 근본적인 동기가 되고 말았다. 좋은 용어를 만드는 과정은 어려우나 이는 창의적인 작업이라고 확신하며 용어 작업을 즐기고 있으며 앞으로도 즐기고 싶다.



기사제공 : 뉴스온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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