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신경외과 의사로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저자가 의과대학 시절부터 최근의 경험까지를 담은 의학에세이다. 의학 상식을 담은 교양서나 전문적인 의학교과서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신경외과 의사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신경외과라는 과 자체의 특성상 매순간 철두철미한 완벽함을 추구해야 하는 신경외과 의사의 날선 일상이 진솔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의외의 유머가 곳곳에 숨어 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또한 저자가 의사 생활 중 만났던 환자들과의 일화는 때론 재미있고 때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 가감 없는 의사들의 일상과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
이 책의 제1부 ‘I&Brain-풋내기 의사의 성장’은 저자의 의대생, 전공의, 그리고 신경외과 의사로서의 개인적인 성장기를 담고 있다.
육영수 여사의 총격 사건을 계기로 신경외과를 전공하기로 결심했던 의대 시절 이야기부터 동료 의사들과의 회식 중 복통이 일어난 저자를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게 하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고 우왕좌왕하는 이야기(자신들이 근무하는 병원이 바로 코앞인데도 말이다!)까지 일반인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의사들의 일상이 가감 없이 그려진다.
제2부 ‘You&Brain-환자가 바로 스승’과 제3부 ‘We&Brain-약이 된 쓰디쓴 경험’은 저자가 신경외과 의사로 살아오면서 기억에 남는 환자나 질환에 대한 짧은 일화들로 구성됐다.
뇌종양같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뇌질환에 얽힌 이야기도 있지만 1980년대 초반 국내에서 머리가 붙은 채로 태어난 쌍둥이가 결국 모두 목숨을 잃은 이야기나 환자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두개골을 열고 뇌수술을 하는 각성 수술에 관한 이야기는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제4부 ‘Together&Brain-우리 시대 의료계의 자화상’에서는 일선에서 환자를 치료하면서 느낀 의료계의 현안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과 미래를 위해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이야깃거리가 다양하게 등장한다.
2000년에 있었던 의료파업 같은 다소 민감한 문제부터 무조건적인 생명 연장과 관련한 죽음의 질이라는 추상적인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 의료란 그 중심에 '사람'이 있는 특수한 분야
저자는 "의사들은 환자 한 명 한 명을 진찰할 때 환자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은 생각을 한다. 병을 해결하려는 의학적인 사고뿐 아니라 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의 괴로움을 가늠해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의료 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환자들의 불신은 높아져만 간다. 날로 증가하는 의료분쟁은 이를 증명한다. 의사나 환자가 서로를 기계적인 관계로만 생각하는 최근의 세태는 의료란 그 중심에 '사람'이 있는 특수한 분야임을 자꾸 잊어서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시대 흐름 속에서 이 책은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기계적인 의사상이 아니라 인간적인 희로애락과 현장의 문제로 고민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의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더욱 뜻 깊다.
이 책의 저자 김동규 교수는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학교실 주임교수와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과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