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직원의 형제자매나 병원직원이 아닌 대학직원과 가족까지 진료비를 과다하게 감면해주고, 퇴직 임직원은 물론 관공서 등 유관기관 임직원이나 지인에게까지 감면 혜택을 주는 국·공립병원 진료비의 과다한 감면혜택에 대한 제도개선이 추진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6일 국·공립병원이 진료비 감면대상과 감면액을 줄이고, 감면하는 기준과 내역을 상세히 공개해 국·공립병원의 진료비 감면이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 등 50개 국·공립병원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국·공립병원은 의학발전과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운영되는 공공의료기관으로 매년 국가와 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지원(2011년 지원액 4217억 원)받고 있지만 대부분 적자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병원들은 직원 복지제도로 운영하는 진료비 감면 대상과 폭이 과다해 병원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심지어는 지방의회 의원 등 지역 유력자들을 대상으로까지 무분별하게 진료비를 감면해 주는 등 운영과정의 투명성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지적이다.
국·공립병원은 지난해 기준 50곳 중 39곳(78%)이 재정 적자로, 전체 적자규모가 1099억 원에 이를 정도로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
특히, 경남과 강원지역의 일부 공공병원에서는 적자 규모대비 감면액이 31%와 27%를 차지하고 있다.
<2011년 국공립병원 진료비 감면액 및 재정적자 현황> (단위: 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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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별 |
진료비 감면액 |
적자 규모 |
적자 대비 감면 비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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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ㅇㅇ병원 |
2,014 |
-6,382 |
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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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지역ㅇㅇ병원 |
834 |
-3,040 |
2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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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역ㅇㅇ병원 |
1,265 |
-8,828 |
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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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ㅇㅇ병원 |
1,437 |
-9,567 |
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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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ㅇㅇ병원 |
409 |
-3,237 |
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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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ㅇㅇ병원 |
167 |
-2,341 |
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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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ㅇㅇ병원 |
308 |
-4,901 |
6.3 |
국·공립병원의 진료비 감면은 기초생활수급자와 범죄피해자 등 취약 계층과 병원직원의 복지를 위해 운영하는 제도로, 당초 취지에 맞지 않게 형제·자매, 퇴직자, 지인 등에게까지 감면이 이뤄지는 등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졌다.
권익위 조사결과, 50곳의 병원 중 14곳의 병원이 직원 형제·자매에게도 감면을 해주고 있었으며, 13곳 국립대학병원 중 9곳의 병원은 병원직원이 아닌 대학 직원과 그 가족에까지 진료비를 감면해줬다.
또 퇴직 임직원에게 진료비를 감면해주는 병원도 23곳이나 됐고, 일부 병원에서는 관공서 등 유관기관 직원, 임직원의 지인(직원 소개)에게 진료비를 감면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일례로, 서울지역 한 병원은 내부기준으로 감독부처 직원과 산하 출연기관 직원들에게 진료비의 10~20%를 감면토록 정하고, 종합검진비는 유관기관 직원 본인(30%)은 물론 직계가족까지 20%의 감면 혜택을 부여했다.
아울러 50개 국·공립병원 중 47곳은 구체적 기준 없이 병원장이 감면대상과 범위를 정하도록 해 진료비 감면을 청탁의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상존했다.
실제로 전북지역의 한 병원에서는 2010년과 올해 6월까지 지역 유력자인 지방의회 의원에게 본인부담금 전액을, 지역관공서 기관장에게는 본인부담금 전액, 지역 시민단체 관련자 친인척은 본인부담금의 80%를 감면하는 등 총 21건에 652만원의 감면혜택을 제공했다.
경북지역의 한 병원에서는 같은 기간 지방의회 의원에게 본인부담금 전액을 감면하는 등 총 16건에 135만원의 감면혜택 특혜를 줬다.
서울지역에서는 원장의 특별감면 규정에 따라 기관발전에 기여한 사실이 없는데도 기관발전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2008년 10월 중앙부처 기관장과 그 지인에게 110만원의 진료비를 감면해 주는 등 2009 12월까지 8건에 327만원을 부당하게 감면해 교과부 감사에서 지적당하기도 했다.
경남지역의 한 병원에서는 퇴직 병원장에 대해 현직 임직원과 동일한 진료비 감면혜택을 평생토록 주는 규정을 만들면서 이미 퇴직한 역대 병원장에게까지 같은 감면혜택을 부여했다.
감면대상뿐만 아니라 감면 액수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직원, 배우자·직계가족을 대상으로 16곳의 국립병원은 선택진료비에 대해 본인부담금의 100%까지 감면해주고 있었고, 진찰료에 대해서는 26곳의 국공립병원이 30~100%를 감면해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 배우자·직계가족의 일반 진료비에 대해서는 50곳의 국·공립병원이 30~80%를 감면해 병원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 권익위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청탁유발 소지가 있는 병원장의 자의적인 특혜성 진료비 감면제도를 폐지하고, 형제·자매, 병원직원이 아닌 학교 교직원과 가족, 퇴직 임직원, 직원 지인 소개 등에 대한 진료비 감면제도를 없애도록 했다.
소관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에 대해서는 국민권익위의 개선방안이 반영된 지침을 마련하고, 운영평가 등을 통해 부당 감면 시 예산지원을 축소하거나 삭감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도록 권고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측은 "이 같은 권고가 받아들여지면 병원장의 특혜성 감면 등 불투명하게 이뤄지던 진료비 감면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과다한 진료비 감면으로 인한 예산낭비가 줄어들어 결국 국공립병원의 재정 상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병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