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의 산업재해보상보험제 개선 권고에 노동부가 업무상 질병 입증책임 배분 수용 불가 입장을 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지난 5월 질병과 업무의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책임을 근로자와 공단에 배분하는 것을 포함해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의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사건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근로자들이 질병의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해 산업재해보상급여를 받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업무상 질병의 입증책임과 관련해 주장된 질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피해 근로자가 아닌 상대방이 증명하도록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 법령 개정을 권했다.
특히, 2003년 이후 갱신되지 않은 업무상 질병의 구체적 인정기준을 산업구조의 변화 등을 반영해 정기적으로 추가·보완하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장을 민간인이 선임하도록 하는 등 독립성, 공정성, 전문성 강화 방안 마련과 산업재해보상보험 급여 신청서 상의 사업주 날인제도 폐지 등을 요청했다.
고용노동부는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 및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전문성 강화 등을 자체 계획에 따라 개선 중에 있으며, 사업주 날인 제도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대신 사업주 날인 없이도 급여신청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도록 서식변경 및 현장교육 등을 강화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입증책임의 배분과 관련해서는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밝히기 어려운 질병에 대한 무분별한 보상 및 과도한 재정지출 우려 등의 이유로 수용 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현행 제도는 근로자가 유해·위험물질을 충분히 다루고, 이로 인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되며, 의학적 인과관계가 있을 것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피해근로자는 고도의 전문성 및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의학적 인과관계까지 증명해야 하는데, 이는 피해근로자들이 쉽게 산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인권위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근로자 등이 질병에 걸린 사실과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된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제기된 질병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증명해 입증 책임을 배분하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을 권고했으나 노동부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 그 사실을 공표한다고 14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