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미혼모에 대한 학교현장의 인식전환과 이들을 위한 학습권을 전면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정책안이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30일 청소년 미혼모 학습권 보장을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 보건복지부장관 및 각 시도교육청 교육감 등에게 관련 법령의 제·개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재학 중 임신을 이유로 자퇴를 강요당한 여고생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임신·출산을 이유로 학교로부터 자퇴, 전학, 휴학을 강요받거나 학교의 징계가 두려워 스스로 학교를 떠나고 있는 현실을 확인하고 청소년 미혼모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정책검토를 실시했다.
인권위가 밝힌 청소년 미혼모 교육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63명의 청소년 미혼모 중 71.4%는 임신 당시 이미 학업을 중단한 상태였고, 임신 사실을 학교에 알린 6명은 모두 휴학이나 자퇴를 권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들 중 87.6%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혹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학업을 지속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학업 지속이 어려운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16.7%), 아기 양육의 역할 수행(15.0%), 복학 및 전학의 어려움(15.0%) 등을 꼽았다.
청소년 미혼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으나, 우리나라의 청소년 미혼모는 한해 약 5~6천명으로 추산되고, 청소년 임신은 연간 약 1만5천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청소년 성경험 시기가 빨라지면서 미혼모 시설에 입소한 미혼모 중 10대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를 상회하고 있으며, 최근 정부의 불법 인공임신중절(낙태) 단속 방침에 따라 청소년 미혼모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것이 인권위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청소년 미혼모가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미혼모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나 미혼모와 그 자녀의 빈곤의 악순환을 막기 위한 사회적 과제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청소년 미혼모 학습권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친 전문가 및 유관기관 담당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사회적 여론 환기를 위한 공개토론회 등을 개최했다.
인권위는 이를 토대로 ▲학교생활규정, 교육부 지침, 교육기본법 등을 제·개정해 학생의 임신 및 출산에 대한 징계나 차별을 근절하고 ▲임신·출산시 질병결석이나 휴학처리 등 단계별 매뉴얼 제작 보급, 상담 등의 미혼모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아울러 인권위는 ▲학교내 휴식공간 마련, 대안학교 위탁교육 활성화, 방송통신고등학교 편입학이나 검정고시 지원 ▲생계비와 교육비 지원, 취업과 의료지원은 물론 부모교육과 자녀양육교육 지원 등 추진 ▲사회적 편견해소, 성교육 강화, 청소년 임신 및 재임신 예방방안 등의 제도 구축마련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서울시 교육청의 미혼모시설 입소기간을 재학기간으로 인정한 것이 미혼모 학습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의 하나라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이번 권고가 청소년 미혼모의 학습권 보장 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