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와 관련, 관련 주민들이 집단적인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 이하 의협)는 10일 경북 구미 불산 누출사고에 대한 입장발표를 통해 주민들이 유독물질에 추가 노출돼 이로 인해 집단적인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ost Traumatic Stress Syndrome)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의협은 급성기가 지난 현재 주민의 건강상태에 대해 가장 우려되는 것이 정신적 충격에 따른 집단적인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으로, 이는 간과돼서는 안 될 예상되는 후유증이나 현재 이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상태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8일 노환규 회장, 정능수 경상북도의사회장, 최재욱 의료정책연구소장, 송형곤 대변인 겸 공보이사 등이 불산 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한 경상북도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일대를 방문해 지역주민과 현장에 급파된 의료진 등을 위로하고 대책본부의 현황 및 대책상황 등을 청취한 바 있다.
이날 노 회장은 "화학물을 취급하는 외국 회사의 경우 위기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모두 갖춰져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부분이 미흡하다 보니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환자들도 불안해하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의협이 이러한 위기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건 개요>
지난 9월 27일 오후 3시 43분경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소재 휴브글로벌에서 탱크로리에 있는 불산을 원료저장 탱크로 옮기기 위한 작업 중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사고 직후 현장통제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누출된 불화수소의 위험성 등을 고려한 경찰 등 통제 인력에 대한 개인 방호조치가 없는 등 유관기관의 유기적인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물은 불화수소를 희석함으로써 독성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소방관들의 초기 진압 시 물을 사용한 것은 타당하나, 오염범위 확대를 막기 위해 직접 살포가 아닌 분무형태로 살포되는 것이 바람직했고, 원칙적으로는 불화수소의 중화를 위해 소석회(Ca(OH)2)의 살포가 가장 효과적인 처치 방법이라고 의협 측은 전했다.
또 초기 대응에 나섰던 소방대원들이 유독성 물질인 불산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출동한 것과 유독성 물질에 대한 대응 매뉴얼에 기재된 원칙을 따르지 않음으로써 소방대원들의 심각한 건강 피해가 초래된 것도 유감이라고 의협측은 덧붙였다.
의협측은 사고 초기 환경과학원에서 오염지역 중 여러 곳의 대기중 불화수소를 측정해 발표했으나 당시 시행한 불화수소 측정방법은 검지관과 ph페이퍼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이는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는 간이 측정법이고, '흡착튜브를 이용한 고체흡착채취법' 등 정확한 측정 방법으로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러한 부정확한 방법을 근거로 주민 복귀를 결정한 이후 피해 주민들은 거주지 식물들이 괴사된 것을 목격해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유독물질이 완전히 제거되기 전 거주 지역에 대한 복귀결정이 이뤄짐으로써 유독물질에 추가 노출돼 집단적인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의협 측의 설명이다.
현재 상황실이 마련된 구미에는 파견된 의료진들과 구미차병원 및 순천향병원 등 병원에서 피해지역의 주민 약 3000여 명 이상의 진료가 진행된 상황으로, 이 중 7명이 입원해 있으나 상태가 비교적 경미한 상황으로 보고되고 있다.
의협은 "신체적 손상 외에도 정신적 손상을 입은 주민들을 위해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고, 필요시 보건복지부와 협조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의 전문가를 파견시켜 일정기간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주민 전부에 대한 상담치료를 시행하는 등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의협이 밝힌 불화수소 노출 영향에 대한 Q&A>
Q. 전신적인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는가?
A. 초기 불화수소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전신적인 후유증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개인별 노출 정도를 파악해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함.
Q. 10년 후 뼈가 녹는 등 뒤늦은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는가?
A. 불화수소는 맹독성이나 직업적 노출이 아닌 사고성의 일회성 노출의 경우 주로 급성기에 증세를 나타내며 초기에 노출량이 많지 않다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합병증이 뒤늦게 발현될 가능성은 적음. 그러므로 10년 후 뼈가 녹을 수 있다는 것은 과장된 소문이며, 동물실험에서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노출이 근골격계 질환을 일으킨다는 보고는 있으나 사람에 관한 연구는 없음
Q. 불산 노출로 인해 암이 발생할 수 있는가?
A. 발암물질로 인정할 만한 증거는 아직 없음.
Q. 불산에 노출된 식품을 섭취해도 되는가?
A. 불화수소에 노출됐거나,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농작물은 식용불가함이 원칙임. 불화수소에 오염된 토양에서 농작물의 재배와 가능성은 지금부터 내년 초 파종시기까지 주기적인 토양 오염도를 측정해 추후 재판정을 필요로 함.
Q. 불산에 노출된 식품을 섭취해도 되는가?
A. 하천 오염 등 2, 3차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므로 인근의 주기적인 오염도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