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시행하는 응급실당직법이 실효성은 없고 만성 적자구조에 시달리고 있는 병원 응급실에 대한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건복지위원회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대구 중·남구)은 5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응급의료기관이 개설된 진료과목 만큼의 당직전문의를 두도록 의무화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일명 응급실 당직법)에 대해 질의한다.
심평원 자료에 의하면 전국 458개 응급의료기관 중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전문의가 2명 이하인 곳이 60%가 넘는다.
이 응급의료기관에 근무하는 해당과 전문의는 낮 시간 정규 근무와 함께 매일 또는 이틀에 한번 당직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응급실 당직법이 제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다.
지난 8월 5일 응급실당직법이 시행되면서 중소도시 일부 병원에서는 부족한 전문의 인력 및 재원 문제로 응급의료기관 지정 반납 또는 응급실 폐쇄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러한 논란이 된 응급실당직법이 통과될 지난해 8월 당시 복지부는 전국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고, 오히려 국민의 응급의료 수혜 권리를 신장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희국 의원은 "복지부가 응급의료기관의 인력현황에 대해 심평원에서 자료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응급의료기관 실태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응급실당직법이 시행될 때 진료과목별로 전문의를 둘 수 있는 의료기관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만 해봤다면 이런 시행 불가능한 법이 통과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응급실당직법 시행은 만성 적자구조의 응급실에 대한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응급실은 수요예측이 어렵고, 환자수요와 투입자원 간 상관관계가 크지 않아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지니고 있고, 국내 응급환자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인 서울대병원도 응급실 운영으로 연간 3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당직전문의 제도 시행은 추가적인 전문의 인력확충이 필요하게 되므로, 병원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킨다.
복지부가 이 제도 시행으로 인한 추가적 부담에 대한 철저한 자료조사나 조치 없이 의료계에 부담을 모두 전가하는 것은 결국 부메랑이 돼 의료 소비자인 국민들의 손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의원 측의 설명이다.
응급실당직법은 2010년 11월 대구에서 4세 여아가 장충접증을 진단 받은 후 해당지역 대학병원 2곳에서 수술을 받지 못하고 다른 지역 소재 대학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응급의료체계 개선의 목소리를 반영해 추진된 법이다.
이 응급실당직법은 복지부가 응급의료체계 문제를 의료기관의 운영기준 강화로 단순하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2008년 10월 일본 동경에서 임산부가 8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거부 받고, 동경 도립병원에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응급의료체계 개선의 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응급의료의 인적자원 확보와 신속한 이송병원 선정, 환자의 분류와 전달체계 개선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우리도 응급의료체계 전반에 대해 실현가능하면서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정 지역 내 심혈관질환, 외상 등의 질병별 지정병원을 정하고, 그 지정병원에서는 24시간 진료, 수술 준비를 갖추도록 하면서 정부가 지정병원에 대한 인건비, 운영비 등의 지원을 대폭 늘려 위급한 환자가 제대로 진료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