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의료계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포괄수가제, 의료분쟁조정법 등 연일 터져 나오는 쟁점들 속에서 의대생들이 더 이상 학업이라는 울타리에서만 충실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얼마 전 의대생신문에 ‘의대생은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라는 제하의 사설이 실어졌다.
이는 의대생과 의료계 사이에서 일련의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학생들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는 외침이 의료계의 단합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되면서 일부 의료계 인사가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와 전국의사총연합에서 보여준 의대생에 대한 접근 방식과 태도는 이 같은 우려를 갖기에 충분하다고 것이 의대협 측의 설명이다.
젊은 의사 선배들이 후배들과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며, 진행하는 행사 이름이 ‘의대생 각성 프로젝트’. 이는 의대생을 계몽이나 계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을 드러내고 있고, 몇몇 학교에서는 전 의협 회장과 현 병협 회장 등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 때로는 강연 중에 욕설을 내뱉는 모습에 참석자들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참여를 요청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참여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솔직하게 도움을 구해야 했지만, 전공의나 지역의사회 선배들이 학생들에게 참여를 일방적으로 강요했다는 점, 또 무조건적으로 인증번호를 ‘동원’하는 것은 ‘독려’의 수준을 명백히 벗어난다는 점을 학생들은 꼬집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의대협 측 등은 의협과 전의총의 최근 행보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는 다른 의견을 가진 의료계 단체를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배후가 있다고 매도하는 것이, 의료정책에 대해 당사자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지 않고 ‘비도덕적인 의사들의 주장’으로 매도하는 정부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올바른 의료제도로 향하는 길이라 할 수 있을까? 라는 주장이다.
올바르게 가고 있으니, 무조건적으로 흐름에 편승하라는 일방향적 요구에 대해 의대생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의사에게 의대생은 어떤 존재로 남아 있는지 되묻고 싶다. 이는 의과대학 한 곳에 계몽을 시키면 각성한 의대생 100명이 탄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라는 것이다.
의과대학 학생 개개인은 자기 스스로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체적 존재임을 인정받아야 하고, 적어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이는 결국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의료계가 걷는 지름길이라고 믿고 있다.
1만7000여 명의 의대생을 대표하는 의대협과 의대생은 의대생의 주체성과 순수성, 다양성을 지키려 한다. 의협과 전의총을 포함한 모든 의료계 단체는 의대생들에 대한 사고방식을 스스로 재점검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합이라는 명목 아래 상명하복의 구시대적 발상으로 학생들을 세뇌시키려 한다면, 자신들의 다음 행보는 뚜렷한 ‘거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들 학생들 단체는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