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이 좁아 휠체어로 통행할 수 없는 보도가 장애인의 이동권 침해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특별시 자치구인 A구가 보도 폭, 기울기, 턱 등을 관련 법령의 기준에 맞게 유지 관리하지 않아 휠체어사용 장애인이 통행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라고 판단하고, A구청장에게 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인 진정인 김 모(여, 31세)씨는 "A구에 소재한 장애인복지관 방문 시 복지관 주변의 보도 폭이 매우 비좁아 보도로 통행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사고 위험이 높은 차도로 통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구는 해당 보도의 폭이 매우 협소해 휠체어 사용 장애인 및 장애가 없는 보행자의 통행에도 불편이 초래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해당 보도를 확장하기 위해 주변 차도를 일방통행로로 지정하는 것과 관련, 거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나 대다수 주민들이 반대해 보도 확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명했다.
'도로교통법'에 보행자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 언제나 보도로 통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도'는 보행자(유모차와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보행보조용 의자차를 포함)가 통행할 수 있도록 한 도로의 부분으로 정의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보도는 휠체어사용 장애인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설치돼야 한다는 게 인권위 측의 설명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결과, 해당 보도는 보도의 유효 폭, 기울기, 턱 낮추기 등에서 해당 보도 설치계획이 승인된 1997년 당시의 시행 법률인 '장애인복지법'이 규정한 기준에 적합하지 않게 설치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당시 법령에 의하면, 보도는 휠체어 사용자가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보도의 너비, 바닥의 재질, 마감 등을 고려해 설치해야 하고, 보도의 유효 폭은 휠체어 사용자가 통행하기 위해 1.2미터이상의 유효 폭을 확보하며, 보도의 기울기는 20분의 1이하(5도 이하)로 해야 한다고 규정됐다.
해당 보도는 구간 중 보안등이 설치된 부분의 보도 폭이 55cm에 불과하고, 보도의 일부구간은 바닥면의 상하 기울기가 12도에서 26도, 좌우기울기도 10도에서 16도가 되는 등 평탄하지 않게 시공된 부분이 여러 곳에 걸쳐 있다.
또 보도의 진입부분에 약 15cm 높이의 턱이 있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보도 통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보도의 경우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재로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시설보다 높은 수준의 접근·이용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해당 보도 옆 차도를 일방통행로로 지정할 경우 근처 주민들이 도로를 우회하는 불편을 겪을 수 있지만, 이는 휠체어사용 장애인이 당할 수 있는 교통사고의 위험보다 우선시 될 수 없으며, 나아가 휠체어사용 장애인의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도를 이용할 수 있는 이동권을 훼손하면서까지 더 중요시 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A구가 해당 보도를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보도를 관련 법령의 기준에 맞게 유지 관리하지 아니한 것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이 같이 권고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