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쇄신위원회가 최근 활동보고서에서 "심평원의 진료비 심사권한을 공단으로 이관하고 현지 확인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힌 데 대해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는 20일 이 같은 처사가 "심평원의 기능을 무시하고 의료계를 더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공단 쇄신위는 지난 9일 ▲지속가능한 보장성 강화 방안 ▲소득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 ▲평생 맞춤형 통합 건강서비스 제공방안 ▲급여결정 구조 및 진료비 청구·심사·지급체계 합리화 방안 ▲노인장기요양보험 보완·개선 방안 등 5개 실천방안을 골자로 하는 활동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급여결정 구조 및 진료비 청구·심사·지급체계 합리화 방안'에는 진료비 심사권한을 심평원에서 건보공단으로 이관하는 안이 제시됐다.
그간 진료비 심사는 보험자와 명확히 분리된 독립적 심사기구의 필요성과 심사의 전문성 및 신뢰성 확보 요구에 따라 국민건강보험법에 의거해 심평원이 수행해왔다.
이에 대해 의협은 "공단 쇄신위의 진료비 심사권한 이관 제안은 심사기구의 독립성·객관성·신뢰성을 기하려는 건보법의 의미와 취지를 퇴색시키고 의료계의 진료권과 심평원의 심사권, 나아가 국민의 건강권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심사권 이관은 공단이 심평원의 고유 기능을 가져가 스스로의 역할을 강화해 전략적인 입지를 다지려는 속내가 엿보이며, 이는 보험자로서의 객관적인 위치와 역할의 신뢰성을 잃어가는 행보"라고 언급했다.
의협 측은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경우 건보공단을 독점 보험자로 지정, 운영하는 국가 주도식 단일보험자체제로, 경직된 요양급여 기준, 의료서비스 질 하락, 고질적인 의료저수가·저급여 등의 문제가 초래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진료비 심사권한을 이관해 보험자가 직접 운영토록 한다면, 심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퇴보하고 독립성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보험자의 권한을 강화시켜 의료계의 진료권한을 더욱 규제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의협은 공단 쇄신위가 "요양기관의 청구내역과 실제 진료내역의 일치여부, 사실관계 확인은 보험자가 수행해야 할 기본 책무"라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현지조사 강화를 주장하는 것을 비춰볼 때, 의료공급자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의료계가 공단의 무리한 요양급여비용 징수 등으로 요양기관의 어려움이 심각함에 따라,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 등 관계법령 개선과 관계기관의 부당한 관행 절차를 선별적으로 개선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정작 공단은 의료계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 마련에만 급급한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공단 쇄신위가 심평원 진료비 심사기능을 탐내거나 의료계 옥죄기에 혈안이 될 때가 아니라, 방만한 경영 상태와 몸집불리기 등 불건전한 조직 자체부터 쇄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 대변인은 "공단이 먼저 내실을 다지고 보험자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며, 이번 보고서를 기반으로 정책 제안을 강행한다면 적극 대응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