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 연구팀(이준구, 김범석, 임석아)은 병원에 입원해 말기 암으로 사망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종과정에서 받았던 연명시술 실태를 조사했다.
◇심폐소생술 거부 사례 증가
조사결과, 올 2월부터 7월까지 서울대학교병원 내과에 입원해 암으로 사망한 172명의 환자 중 임종과정에서 154명(89.5%)은 심폐소생술을 거부했고, 심폐소생술을 시행 받은 환자는 18명(10.5%)에 불과했다.
특히 말기 암환자를 전문으로 간병하는 완화의료전문병동에서 사망한 암환자의 경우에는 44명 전원이 심폐소생술을 거부했다.
이는 4년 전인 2007년 한 해 동안 서울대학교병원 내과에서 사망한 암환자 총 572명 중 81명(14.2%)에서 심폐소생술이 시행된 연구결과와 비교할 때 임종을 앞둔 암환자에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비율이 현저히 감소한 것이다.
진료공간별로는 2007년 중환자실이 30.4%, 일반병동 10.2%, 완화의료전문병동 2.4%의 빈도로 심폐소생술이 시행됐으나, 올해에는 각각 23.3%, 9.4%, 0%의 빈도로 심폐소생술이 시행돼 모든 진료공간에서 감소 추세가 두드러졌다.
심폐소생술은 급성 질환자의 갑작스러운 심장마비에서는 생명을 구하는 응급처치나, 말기 암환자의 임종과정에 적용할 경우 불필요한 고통을 가중시키는 무의미한 연명시술의 대표적인 사례다.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연구팀이 2009년 1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완화의료전문병동에서 사망한 말기암환자 317명을 분석한 결과, 97.8%인 310명에서 사전의료의향서(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했다.
사전의료의향서를 통해 99.0%는 심폐소생술을 거부했고, 인공호흡기나 혈액투석을 거부한 비율도 각각 99.5%, 93.7%를 차지했다.
하지만 사전의료의향서의 작성 과정에서 환자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경우는 1.3%에 불과했고, 환자가 결정하고 서명을 가족이 대신한 경우 4.2%, 환자의 입장을 반영해 의료진과의 상의 하에 가족들이 작성한 경우가 94.5%였다.
◇환자 본인이 사전의료의향서를 직접 작성하지 못한 이유
이 같은 사유로는 환자의 의식저하 62.6%, 전신상태 악화 19.7%, 가족들이 환자가 임종에 임박했다는 사실을 환자 본인에게 알리는 것을 원치 않아서 10.6% 등의 순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암이 진행되기 이전에 병의 상태를 환자에게 알리고, 환자 본인이 직접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교수팀의 지적이다.
허대석 교수는 "2009년 5월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지침이 제정된 이래, 말기 암환자들이 무의미한 연명시술로 인해 불필요한 고통을 추가로 겪게 되는 사례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최근 병원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관련지침을 개정하고, 사전의료의향서의 양식을 개선했다.
또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여부가 쉽게 확인되지 않아 응급실 등에서 불필요한 연명시술이 시행되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 전산망에서 환자의 의무기록을 조회할 때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여부가 바로 표시돼 알 수 있도록 의무기록 시스템을 보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