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을 배워본 적 없는 평범한 아버지가 발 빠른 대처로 딸의 목숨을 구해 화제다. 의료진들은 초기 대처와 빠른 구조, 저체온 치료를 결정하기까지의 의료기관 연계체계 등 응급상황에서의 3박자가 ‘딱’ 맞아 떨어진 모범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인천시 서구에 사는 중학생 양소영(14)양이 갑자기 쓰러진 것은 지난 6월 18일 오전 6시 20분 쯤 여느 때처럼 잠에서 깬 소영양은 몸을 일으키자마자 앞으로 고꾸라져 일어나지 못했다.
평소 심장 이상은커녕, 감기도 한번 안 걸리던 소영양이 쓰러지자 같은 방에 있던 아버지 양영목(49)씨와 어머니 이정균(48)씨는 처음엔 장난으로 받아들였다.
딸의 입술이 파래진 것을 깨달은 부부는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고, 아버지 양씨는 딸을 바로 뉘어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까지 걸린 10분 동안 양 씨는 지속적으로 심장에 손을 모으고 심장 마사지를 했다.
양 씨는 "TV에서 봤던 게 전부인데 딸이 쓰러지니 생각을 갖고 한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심폐소생술을 했던 것 같다"며 "어느 부모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당시 급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다행히 집에서 119안전센터가 가까워 10분이 채 안 돼 구조대가 도착했고, 게다가 병원도 코앞이라 소영양은 쓰러진 후 20분 만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병원 도착 당시 소양 양의 심장은 정지한 상태였다. 병원 도착 후 다행히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심장이 멈추고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최종 사망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5분 내외, 양 씨가 심폐소생술로 심장을 지속적으로 자극하지 않아 정지한 시간이 길어졌다면 소영 양도 생명을 장담할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의식이 없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저체온 치료가 필요하다는 응급실의 판단에 따라 소영 양은 곧바로 아시아 최초로 저체온 치료를 실시해온 가천의대길병원으로 이송됐다.
저체온 치료는 심폐소생 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환자들의 신경학적 예후를 개선시키기 위해 체온을 33℃까지 떨어뜨렸다가 서서히 정상 체온으로 올려 의식을 회복시키는 치료 방법이다.
길병원은 체계적인 응급 이송 시스템에 따라 저체온 치료를 시작했고, 소영 양은 쓰러진 지 3일이 지난 6월 20일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았다.
더욱 다행인 것은 심정지 상태를 겪은 환자의 경우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세포가 파괴되고, 의식이 돌아온다 해도 뇌기능에 이상을 겪을 수 있지만 소영양은 뇌 손상 없이 의식을 되찾았다.
의식 회복 후 정밀검사를 통해 밝혀진 소영 양의 병명은 ‘우관상동맥이상기시’ 즉, 오른쪽 관상동맥에 난 혈관이 정상적인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자란 상태에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혈관이 막혀 심장에 피를 공급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소영 양은 수술을 마치고 지난달 22일 밝은 모습으로 퇴원했고, 통원 치료를 받으며 지금은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다.
가천의대길병원 심장내과 박철현 교수는 "심장마비 환자들은 초기 응급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소영이의 경우 아버지가 응급처치를 너무나 잘했기 때문에 의식을 회복했다고 봐야한다"면서, "일반인들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교육을 받으면 얼마든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 소중한 사례"라고 말했다.
장래 요리사가 꿈이라는 소영 양은 "다시는 부모님이 걱정하는 일이 없으시도록 운동도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