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내역통보 확대실시, FDS 도입추진 등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업무행위에 대해 의협측이 이같은 공단의 행태가 도를 넘은 월권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는 24일 "공단이 도를 넘는 업무수행으로 의료인과 국민 간 신뢰관계를 깨뜨리고 건강보험제도를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건강보험법상에 적시된 공단 본연의 업무만을 수행하라"고 경고했다.

의사협회에 따르면 최근 건보공단은 요양기관의 착오·부당청구 확인을 강화하기 위해 진료내역통보를 연4회 600만 건으로 확대하고 진료내역보기 홈페이지 이벤트를 연 1회에서 2회로 확대 시행키로 했다.

그러나 의협측은 지난 2월말 공단의 업무착오로 국민들에게 128만 건의 진료내역이 잘못 통보되는 사건이 발생해 일부 지역에서는 의료기관에서 마치 허위로 가입자들의 진료비를 청구한 것처럼 보여줘 환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바 있다고 전했다.

의료기관들은 이에 대한 해명을 하느라 진료업무에 큰 방해를 받았고,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가 손상되는 등 상당한 곤욕을 치뤄 이 사건과 관련해 의협에서는 전국 각지의 국민들로부터 감사청구서를 접수받아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의협측은 국민들의 소중한 진료정보가 또다시 오류 발송될 가능성이 있어 의료기관들은 물론 진료내역통보 확대로 환자들 개인정보 유출과 함께 국민들 사생활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도, 진료내역통보 발송을 확대하는 이유가 의료기관의 허위·부정청구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비쳐져 요양기관이 국민들에게 예비 범죄자집단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도 있다고 우려했다.

공단이 올 10월까지 의료기관 수익구조 확인차 비급여진료비 실태파악에 나서, 2011년도 수가협상에 활용한다는 내용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의협은 공단이 비급여실태를 조사하는 것이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13조에 규정된 공단 업무범위의 규정을 벗어난 월권적 업무수행이라며 엄중한 항의와 함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3조에 명시된 공단의 업무는 가입자 및 피부양자에 대한 자격관리, 보험료 등에 대한 징수 및 보험급여비용에 대한 지급 등으로 규정돼 있다.

의협측은 또 공단이 지난 5월 FDS(Fraud Detection System)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해 오는 11월까지 개발키로 하는 등 건강보험법 제13조에 규정된 공단 업무범위를 초월한 무리한 월권적 업무를 반복적으로 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FDS는 신용카드 도난, 분실, 위조, 복제 등 부정한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돌리는 금융감시장치로, Fraud(사기)에 의한 카드사용 손실액이 급증하자 고객정보와 사용습관을 기초로 한 Factor Data를 인공지능망에 적용시켜 이를 점수화함으로써 도난과 분실에 의한 신용카드 사기거래를 승인단계에서 즉각 검출해 고객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 의협측은 FDS가 도입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를 받은 후 또다시 공단으로부터 심사를 받아야 하는 2단계심사 시스템으로 가게 되고, 또 의료인들의 진료비 청구작업이 허위·부정청구로 오인 받을 수 있어 의료공급자를 적대시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FDS 시스템 도입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의협은 공단이 총액계약제 도입과 함께 보건복지부 소관업무인 사무장 병·의원 현지조사를 공단 지역본부가 추진키로 하는 등 본연의 업무범위를 초월한 무리한 월권적 업무가 빈번히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공단의 이같은 월권행위와 관련, 의협은 "보건복지부, 심사평가원의 기능을 무시하고 마치 모든 보건의료업무를 공단이 총괄하는 것처럼 월권적으로 수행해 보건의료당사자들 간에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고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해 건강보험제도를 피폐화시키고 있다"며 공단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아울러 의협은 "국민들에 대한 적절한 사과와 함께 건강보험법상에 적시된 공단 본연의 업무만을 수행하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의협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도 공문을 보내 이 같은 공단의 월권행위에 대해 시정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