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12일 경찰서 정문에서 술에 취한 고령(당 68세)의 청각장애인을 경찰관이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권리구제를 소홀히 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 A경찰서장에게 해당 경찰관을 주의조치하고 소속 직원들에게 범죄피해자에 대한 보호의무 등과 관련된 직무교육을 실시해 줄 것을 권고했다.
진정인 박모(남, 40세)씨는 지난 2009년 9월 7일 당직 근무 중이던 경찰관이 A경찰서 정문에서 고령의 청각장애인인 부친에게 귀가할 것을 종용하며 실랑이를 벌이다 폭행해 의식불명의 상해를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등이 단순 주취자의 사고인 것처럼 축소 조작했다며 동년 동월 15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당시 당직근무 중이던 B경찰관은 술에 취한 피해자를 귀가시키려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방어적으로 손을 뻗은 것이 피해자의 안면에 맞았으며, 코피를 흘리고 쓰러진 피해자를 인근 건물에 기대어 두고 지구대와 112상황실로 전화해 보호 조치하도록 했고, 당시에는 피해자가 중상을 입은 것으로 보지 않아 지휘계통으로 보고하거나 신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한 당시 B경찰관의 신고를 받은 경찰관과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 신고접수를 받은 해당 지역 지구대 경찰관, A경찰서 상황실장 등은 사건발생 당시 단순 주취자의 안전사고로 판단해 폭행 경위를 조사하려는 노력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당시 A경찰서 정문 CCTV 녹화 기록과 정문근무 의경대원의 진술, 피해자의 상해 정도 등을 조사한 결과, B경찰관이 피해자의 귀가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주먹으로 얼굴부위를 때려 상해를 입히고 별도 응급조치나 보고 없이 피해자를 인근에 방치한 채 주취자의 단순 사건으로 처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관련 경찰관들이 신속히 연락하지 않아 피해구제가 지연되고, 112 지령실을 무전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피해자가 의식불명의 중상을 입은 사실을 발견해 병원으로 긴급 호송하는 등의 보호조치는 취했으나 폭행 경위를 조사하려는 노력없이 단순 주취자 안전사고로 처리, 범죄수사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경찰서 상황실장은 경찰서 정문 가까이에서 발생한 범죄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B경찰관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뒤늦게 진행하는 등 업무상 과실과 주의의무를 위반한 점도 확인했다고 인권위측이 지적했다.
인권위는 관련 경찰관들의 이러한 행위가「헌법」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가 범죄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일반 의무, 「경찰관직무집행법」제2조 및 「범죄수사규칙」제82조 규정에 따른 경찰관의 의무를 소홀히 해「헌법」제11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의 차별취급을 받지 아니할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규정, A경찰서장에게 관련 경찰관에 대한 주의 조치와 직무교육을 실시해 줄 것을 권했다.
B경찰관의 폭행에 대해서는 소속경찰서에서 징계를 받았고, 현재 상해죄로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어 각하했으며, A경찰서 상황실장에 대하여도 해당경찰서에서 별도의 행정상 조치가 예정돼 있어 추가적인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고 인권위측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