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870km 떨어진 중국 상하이 수술로봇 원격 조작...극한환경 우주수술 가능성 제시

▲ 국내 첫 국가 간 원격수술을 시행하기 전, 로봇수술과 원격수술의 발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강석호 교수

▲ 세계 각국의 의료진들이 강석호 교수가 국내 최초로 시행한 국가 간 원격 수술을 참관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강석호 교수가 한국과 중국을 실시간으로 연결한 국가 간 원격수술을 실증했다.
강석호 교수는 지난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78차 대한비뇨의학회 정기학술대회(KUA 2026)에서 중국 상하이에 설치된 수술로봇을 원격으로 조작해 동물모델을 대상으로 수술을 시행했다. 강 교수는 코엑스에 설치된 수술 콘솔에서 로봇을 조작했으며, 직선거리 약 870km 떨어진 상하이의 로봇팔이 강 교수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구현하며 수술을 수행했다.
이번 실증은 국내에서 상용 수술로봇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가 간 원격수술을 구현한 첫 사례다. 특히 비뇨의학 분야에서 국내 의료진이 국경을 넘어 원격으로 수술로봇을 직접 조작한 첫 국가 간 원격수술 실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실증에는 MicroPort MedBot의 수술로봇 Toumai가 활용됐다.
원격수술은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와 수술 대상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통신망을 통해 수술로봇을 실시간으로 조작해 이뤄지는 수술이다. 숙련된 전문의가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원거리 수술에 참여할 수 있어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의료격차를 줄이는 방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전장이나 재난지역 등 의료진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수술적 치료를 제공하는 것도 원격수술이 발전해 온 주요 배경 중 하나다.
원격수술의 대표적인 이정표는 2001년 시행된 ‘린드버그 수술(Operation Lindbergh)’이다. 당시 미국 뉴욕의 의료진이 대서양 건너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ZEUS 수술로봇을 원격 조작해 담낭절제술을 시행했다. 세계 최초의 대륙 간 원격 로봇수술로, 장거리 원격수술의 가능성을 실제 임상에서 보여준 사례다.
이후 로봇수술 자체는 빠르게 발전했지만 장거리 원격수술의 임상 적용은 오랫동안 제한적이었다. 최근 들어 5G와 광섬유 통신망, 위성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통신 지연이 크게 줄고 네트워크 안정성이 향상됐으며, 원격조작이 가능한 수술로봇도 등장하면서 원격수술이 다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26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1,500례 이상의 국가 간 또는 장거리 원격수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10월 16일 로봇수술장비를 활용해 국가 간 원격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강석호 교수
로봇 제어와 실시간 영상 전송, 장거리 네트워크 연결 등 원격수술에 필요한 핵심 기술은 실제 수술에 적용 가능한 수준까지 발전했다. 다만 원격수술이 일반적인 의료서비스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성능뿐 아니라 국가 간 의료행위에 대한 규제와 의료진의 책임 소재, 비용과 보험체계, 환자 개인정보 및 사이버보안, 통신 장애 발생 시 대응체계 등 윤리적·법적·제도적 과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번 실증은 동물모델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단계에서 이뤄졌다. 국내에서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국가 간 원격수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환자 안전과 실제 의료환경에서의 안정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함께 관련 규제와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최근 원격수술의 적용 가능성은 지리적으로 떨어진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것을 넘어 극한환경과 우주로도 확대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지상 의료진이 우주에 있는 소형 수술로봇을 원격 조작하는 모의 수술 기술 실증이 진행되기도 했다. 외과의가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원격으로 수술적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가 우주와 같은 극한환경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강석호 교수는 “이번 실증은 한국과 중국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넘어 실제 수술 환경에서 원격수술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환자 안전, 제도적 기반 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기반이 갖춰진다면 원격수술은 전문 의료진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수술적 치료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해상이나 극지뿐 아니라 우주와 같은 극한환경에서도 활용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발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석호 교수는 방광암과 전립선암 등 비뇨기종양 및 로봇수술 분야의 명의다. 로봇을 이용한 근치적 방광절제술과 총 체내 요로전환술을 아시아 최초로 성공시키는 등 고난도 방광암 로봇수술 분야를 선도해 왔으며, 국내외 의료진을 대상으로 수술 술기를 전수하는 등 국제적인 교육·학술 활동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현재 대한비뇨내시경로봇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