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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대규모 췌장암 유전체 연구, 맞춤형 치료 길 열었다
기사입력 2026-01-23 오전 9:12:00 | 최종수정 2026-01-23 오전 9:12:33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 교수팀

수술 여부 관계없이 모든 병기 조직 채취... 예후 및 치료 반응 예측 지표 제시

 

⦁ 유전자 변이 다양한 췌장암, 치료 반응 개인차 커... 유전적 특성 고려한 정밀의료적 접근 필수적

⦁ 인종마다 유전체 상당히 다른데도 불구, 그간 췌장암 유전체 연구 서구권 환자 위주로 이뤄져

⦁ 연구팀, 국내 췌장암 환자 237명 대상 유전체 분석 실시 및 치료제 효능 예측하는 2가지 지표 검증

⦁ 췌장암 등 여러 암종의 유전체 분석 위한 기초자료... 한국인 환자에게 최적화된 정밀의료 실현 기여

 

 

   췌장암 유전체 데이터가 서구권에 편중된 가운데, 국내 대규모 데이터가 최초로 마련됐다. 이는 국내 췌장암 환자의 맞춤형 치료를 본격화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 교수팀(공동 제1저자 소화기내과 정광록·이종찬 교수, 임상유전체의학과·정밀의료센터 김진호 교수)은 한국인 췌장암 환자 237명을 대상으로 한 유전체 분석 연구에서 국내 첫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하고, 예후 및 치료 반응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제시했다.

 

 

▲ (사진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 정광록, 이종찬 교수, 임상유전체의학과·정밀의료센터 김진호 교수

 

암은 주로 유전자 돌연변이가 축적돼 발생하며, 같은 암이라도 환자마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가 달라 동일한 치료를 받아도 반응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암 치료 분야에서는 환자별로 종양에 어떤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 검사한 뒤 그에 맞는 치료를 제공하는 ‘정밀의료’가 각광받고 있다.

 

특히 국내 10대 암 중 생존율이 가장 낮아 ‘최악의 암’이라 불리는 췌장암은 그 특성상 유전자 변이가 다양해 치료 반응의 개인차가 큰 만큼, 유전적 특성을 고려한 정밀의료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유전체가 인종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기존 췌장암 유전체 연구는 서구권 환자 위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연구가 수술로 제거한 조직만 분석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절반 이상이 수술조차 할 수 없는 상태로 발견되는 췌장암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으며, 제한적인 임상 정보를 이용한 탓에 분석 결과를 실제 치료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국내 췌장암 환자 237명을 대상으로 내시경 초음파를 활용한 세침흡인검사를 통해 얻은 조직에서 DNA를 추출하고 유전체 분석을 실시했다. 수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병기의 환자 조직을 채취함으로써 수술이 가능한 환자에 집중한 기존 연구와 차별점을 뒀다.

 

분석 시 ‘전장엑솜시퀀싱(WES)’으로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고, ‘전장전사체분석(WTS)’으로 암세포에서 어떤 유전자가 얼마나 활발히 작동하는지 파악했다. 이후에는 데이터에 △병기 △전이양상 △치료여부 △생존기간 등 광범위한 임상 정보를 결합해 유전체 특징과 경과 사이의 연관성을 면밀히 살폈다.

 

그 결과, 간 전이가 있는 췌장암 환자군에서 △TP53(종양 억제 유전자) 변이 증가 △염색체 불안정성 증가 △돌연변이 KRAS(췌장암 발생의 핵심 유전자)의 과도한 복사 등 특징이 관찰됐는데, 그중 돌연변이 KRAS가 비정상적으로 증폭된 환자는 간 전이 빈도가 84.6%에 달하고 생존기간도 6.8개월에 불과해 예후가 매우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구권 췌장암 환자 연구에서 보고돼 온 패턴과 일치한다.

 

또한, 연구팀은 암 치료제의 효능을 예측하는 두 가지 지표를 검증했다. 첫 번째는 암세포에 쌓인 돌연변이 수를 나타내는 ‘종양변이부담(TMB)’이다. 폴피리녹스(FOLFIRINOX) 항암요법을 받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TMB가 높은 환자는 낮은 환자보다 5.6개월 더 오래 생존했다(18.4개월 vs 12.8개월). 돌연변이가 많을수록 암세포 표면에 ‘이상 신호’가 늘어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기 쉬워지는 원리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두 번째는 ‘상동재조합결핍(HRD)’으로, 암세포가 손상된 DNA를 스스로 고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정상 암세포는 항암제가 DNA를 망가뜨려도 금방 복구하지만, HRD 암세포는 복구 능력을 잃어 백금 계열 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HRD를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보유한 그룹은 치료 반응률 75.0%, 생존기간 32.7개월로, HRD 음성 그룹(34.3%, 12.4개월)을 크게 웃돌았다.

 

추가로 기존 유전자 검사에서는 HRD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전체 흉터 분석에서는 HRD 양성으로 확인된 환자가 전체의 20.5%를 차지했다. 이들은 HRD를 직접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는 없으나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데 실패한 흔적이 유전체에 남아있는 환자로, 이 그룹 역시 백금 항암제에 높은 치료 반응률(66.7%)을 보였다. 두 검사를 병행하면 항암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군을 폭넓게 선별할 수 있는 셈이다.

 

황진혁 교수(교신저자)는 “유전체는 인종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외국 데이터를 그대로 적용하면 치료 효과 등을 잘못 평가할 위험이 있다”며, “이번 연구는 췌장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종의 유전체 분석을 위한 기초자료로서 한국인 환자에게 최적화된 정밀의료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암 분야 권위지 ‘Cancer Letters(IF: 10.1)’에 게재되고,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낸 사람들(한빛사)’에도 등재됐다.  




이병길 기자 bglee@newsonpeople.co.kr 작성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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