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초반까지 국가 지정한 지역‧기관서 강제 근무 요구... 직업 선택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
의료인력 수급은 교육 현장 정상화 과정 선행 후 논의하는 것이 순서
대한의사협회(협회)는 15일 이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의료 인력 양성의 근본 원칙과 헌법적 가치,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이에 따라 의협은 현재 산하단체 의견조회를 진행 중에 있으며, 의견을 정리해 공식입장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의협에 따르면, 본 법안이 공공의료 강화를 명분으로 하고 있으나, 그 내용은 의료 인력을 국가가 장기간 강제 배치·관리하는 제도로,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의학교육의 본질을 훼손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크게는 직업 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했다. 현재는 15년간의 의무복무를 강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사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의 수련 기간과 군 복무 등을 고려할 경우, 해당 제도는 사실상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까지 국가가 지정한 지역과 기관에서 강제 근무를 요구하는 것이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과도한 제한이라는 주장이다.
의학교육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의학교육은 교육부 소관임에도 불구하고, 본 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총장 선임 승인, 예산 승인, 지도·감독 등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대학 운영과 교육 내용에 대한 행정 권력의 직접적 개입을 제도화하는 것으로, 의료 인력 양성을 교육적 목표가 아닌 단순한 인력 수급 수단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막대한 국가 재정 부담도 초래한다. 이러한 재원을 새로운 학교 설립에 투입하는 것보다, 기존 공공의료기관의 처우 개선과 인프라 확충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공공의료 강화 방안이라는 것이다.
의협은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의 의대 신설이 교수 확보, 교육병원의 질적 담보 등의 이유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이고, 현재 많은 의과대학들이 현 상황의 유지도 어려운 상황임을 상기시켜 드린다고 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의협은 “공공의료 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의료 인력을 강제 복무 대상으로 삼는 방식으로는 결코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없다”면서 “공공의료 문제는 처벌과 강제가 아닌, 합리적인 보상과 근무 여건 개선, 그리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본 법안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하며, 헌법적 가치와 의학교육의 원칙, 국민 건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위해 국회 및 정부와 책임 있는 논의를 이어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관련 입장도 제시했다.
의협은 의사인력수급 추계위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추계의 결과를 합리적으로 도출함으로써 사회적 논란을 줄이기 위해 의료계에서 제안했던 위원회이나, 이번 추계위원회는 오히려 사회적 논란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그 역할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본 협회에서 개최한 세미나 이후 위원장이 추계위원회 위원들의 동의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반박자료를 발표했다는 점으로, 이는 추계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한 행위로, 위원회 운영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추계위원장의 입장 표명을 추계위원들이 요청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의협은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또한 의대의 교육환경은 24·25학번 더블링, 추가 학기제 등으로 인해 혼란이 현재진행형이고, 교수들의 어려움 역시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의대의 교육 여건은 의사양성 과정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고려사항이 돼야 한다. 때문에 교육 현장의 정상화 과정이 선행된 후에 정원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의대정원의 증원을 전제로 증원된 정원을 지역의사제 전형에 활용하겠다는 보정심 발표에 대해서는 법안 취지를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먼저라고 했다. 수급추계위원회의 결과를 지역의사제 정원에 반영한다고 했는데 정작 추계위에서는 이에 관련된 결과를 추후과제로 미뤄뒀다. 결국은 법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 상황이 된다는 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이유 등으로 의협은 추계위의 결과 발표가 미흡하고 불완전한 결과 발표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