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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암 환자, 같은 병기라도 대처 전략에 따라 생존율 달라진다
기사입력 2025-06-19 오후 12:19:00 | 최종수정 2025-06-19 오후 12:19:46

서울대병원, 긍정적 대처 전략·우울증 간 상호작용이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 규명

긍정적 대처 전략이 낮고 우울증 동반 환자, 1년 내 사망 위험 4.63배 높아

 


  “같은 병기라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생존율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우울증’과 ‘긍정적 대처 전략(Proactive Positivity)’ 간의 상호작용이 1년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대처 전략이 낮고 우울증이 있는 환자의 사망 위험이 기준군보다 4.6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우울증 유무보다 환자의 심리적 회복력과 능동적인 대처 전략이 생존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교신저자)·교육인재개발실 윤제연 교수(정신건강의학과 겸무, 공동 제1저자), 한국외대 투어리즘&웰니스학부 정주연 교수(공동 제1저자) 연구팀은 19일 전국 12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조기 완화의료 임상시험에 참여한 진행성 고형암 환자 144명을 대상으로 전향적 2차 분석을 수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 교육인재개발실 윤제연 교수, 한국외대 투어리즘&웰니스학부 정주연 교수

 

암 진단 이후 말기 상태에 이른 환자들은 자아 상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삶의 의미에 대한 혼란 등으로 심리적 고통을 겪기 쉽다. 실제로 전체 암 환자의 약 30%가 임상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우울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정신건강 요인이 실제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적으로 규명하고자 했다.

 

연구 대상자는 모두 병기 4기 또는 치료 후 재발한 고위험군으로, 생존 기간이 1년 이내로 예측된 환자들이었다. 폐암, 간암, 췌장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등 다양한 고형암 환자가 포함됐다.

 

연구팀은 스마트 건강경영전략 도구(SAT-SF)의 핵심 전략 항목을 활용해 환자들의 심리적 회복력을 평가했다. 이 전략은 ▲긍정적 재구성 ▲능동적 문제 해결 ▲경험 공유 및 관계 중심 행동 등으로 구성되며, 이를 ‘긍정적 대처 전략(Proactive Positivity)’으로 정의했다. 이는 환자가 위기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삶의 방향을 주체적으로 재정비하도록 돕는 행동 기반 전략이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SAT-SF 점수 66.66점을 기준으로 전략 수준을 나누고, 우울 증상은 PHQ-9 점수 10점 이상일 때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으로 분류했다. 신체 기능 평가는 ECOG-PS 지표를 사용했다.

 


▲Kaplan–Meier 생존곡선: 긍정적 대처 전략이 낮고 우울증이 있는 환자군(노란색)의 1년 생존율이 가장 낮았고, 대처 전략이 높은 환자군(빨간색, 파란색)에서는 우울증 유무에 따른 생존율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긍정적 대처 전략 수준(높음‧낮음)과 우울증 유무(있음‧없음)에 따라 환자들을 네 그룹으로 나눈 뒤, 이들의 1년 생존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대처 전략이 낮은 환자군’에서는 우울증이 동반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망 위험이 4.63배 높게 나타났다(aHR=4.63, 95% CI: 2.54–8.43, p<0.001). 반면, ‘대처 전략이 높은 환자군’에서는 우울증 유무에 따른 사망 위험의 유의한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우울증이 생존율 저하 효과가 환자의 대처 전략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대처 전략이 낮은 환자에서는 우울증이 생존율 저하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을 보인 반면, 높은 환자에서는 우울증이 있더라도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진행성 고형암 환자군 중 대처 전략이 낮은 경우, 우울증의 동반이환 여부를 보다 면밀히 평가하고 치료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신체 기능 상태 역시 생존율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ECOG-PS 점수가 2점(자가관리는 가능하나 일상생활은 어려운 수준)인 환자는 0~1점인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2.33배 높았다(HR=2.33, 95% CI: 1.25–4.34, p=0.012). 또한 SAT-SF 점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병이 진행될수록 긍정적 대처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우울증 자체보다도 환자가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느냐가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긍정적 대처 전략이 높은 환자는 우울 상태에서도 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덜 받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말기 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 심리적 회복력을 높이는 중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정주연 교수(한국외대 투어리즘&웰니스학부)는 “이번 연구는 긍정적 대처 전략이 낮고 우울증이 동반된 환자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높다는 점을 처음으로 통계적으로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제연 교수(서울대병원 교육인재개발실)는 “우울 수준과 대처 전략을 함께 평가하고 개선하는 정신건강 중재가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윤영호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는 “이번 결과는 과거 JAMA Network Open에 발표된 조기 완화의료 임상시험 결과를 정신사회적 관점에서 뒷받침해주는 실증적 근거이며, 스마트 건강경영전략 기반의 정신건강 중재 필요성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 R&D 사업과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MC Psychiatry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병길 기자 bglee@newsonpeople.co.kr 작성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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