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제약협회에 대해 의약품 저가입찰 방해 행위를 들어 5억 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는 4일 한국제약협회가 소속 제약사들로부터 한국보훈복지공단이 실시한 입찰에서 저가로 낙찰받은 의약품도매상들에게 의약품 공급을 못하도록 한 행위와 의약품 도매상들이 저가로 입찰을 하지 못하도록 한 방해 행위를 들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소속 병원은 5곳)은 지난해 6월과 7월 총 4회에 걸쳐 이토메드정 등 1311종의 의약품에 대해 입찰을 실시한 결과, 35개 도매상들이 84개 품목에 대해 1원으로 낙찰 받았다.
그러나 한국제약협회는 지난해 6월과 7월 세 차례에 걸쳐 임시운영위원회를 개최해 구성사업자들이 1원 등 저가로 낙찰받은 도매상들에게 의약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구성사업자들로 하여금 도매상들이 저가 입찰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이를 위반하는 구성사업자에 대해서는 제명 등 제재조치를 취하기로 결의했다.
또 제약협회는 변호사를 통한 내부 검토 결과, 자신들의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과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이 같은 위반행위를 강행했다고 공정위 측이 전했다.
제약협회의 이 같은 행위로 소속 제약사들은 의약품 공급을 거부함에 따라 의약품 도매상들이 납품계약을 파기하거나, 높은 가격으로 대체 구매 후 납품하는 등의 손실을 입었고,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도 약품조달에 차질을 빚는 등 병원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아울러 계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었던 의약품도매상들은 계약파기에 따른 계약보증금환수(6000만원) 조치를 당하고, 향후 정부 입찰에 대한 제재 등의 불이익을 받았다.
의약품도매상들은 제약사들과 공급단가를 구두로 협의 후 입찰에 참여하므로 낙찰 후 제약사들이 공급을 하지 않을 경우 병원 납품이 어렵다.
이처럼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의약품도매상들도 타 도매상으로부터 높은 가격으로 대체 구매 후 납품함으로써 손실을 입었다.
35개 도매상들 중 16개 도매상들은 계약을 전부 파기했고, 15개 도매상들은 공급계약을 유지했으며, 나머지 4개 도매상들은 계약을 유지하되, 계약에 포함된 일부 품목을 파기했다. 84개 품목 중 계약파기 품목은 49개, 계약유지 품목은 35개였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계약이 파기된 49개 품목에 대해 높은 가격으로 다시 구입함으로써 구입단가가 상승하고 구입절차가 지연됐고, 35개 품목도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병원 운영에 애로가 많았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로 인해 개별사업자가 자유롭게 결정해야할 의약품 공급여부 및 공급가격 결정행위에 대해 제약협회라는 사업자단체가 관여함으로써 의약품 유통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유발시켰다고 지적했다.
즉, 제약협회가 실질적으로 의약품 유통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을 제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약가인하를 저해해 환자 및 건강보험재정의 부담을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협회 측은 1원 입찰이 정책상 문제가 있는 행위라고 주장하나, 공정위는 관련 제도나 정책상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 있더라도 그것이 법위반 사유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엄중한 법 집행 의지를 보였다.
공정위는 비록 약가제도가 완벽하지 않다 하더라도 제약협회가 이를 이유로 소속 제약사의 본질적인 사업내용·활동인 입찰참여 여부 및 입찰가격 결정을 제한하는 것이 의약품도매상, 병원 등 관련 사업자와 환자에게 불편과 부담만을 초래했다는 판단이다.
<의약품 유통 경로>

이번에 과징금을 부과 받은 한국제약협회는 1945년 10월 제약회사들이 공동이익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한 단체로, 203개사(전체 제약회사는 270개)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협회는 소속 회원사들로부터 회비를 징수해 운영하며, 정회원·준회원 여부 및 매출액에 따라 차등을 둔다.
반면, 의약품 도매업체는 2010년 기준으로 1944곳이며, 도매업체 중 매출액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도매시장 매출액 13조3703억 원의 29.1%를 점유하고 있다. <이병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