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이하 KRPIA)는 1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한 표준계약서가 제약업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이를 전면 제고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KRPIA는 이날 성명에서 공정위측이 발표한 표준계약서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으나, 일단 표준계약서가 제정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감독과 규제 대상인 경쟁제한행위와 관련해 법적인 논란이 불가피하고, 이같이 사실상의 구속력을 가진다면 명확하고 구체적인 법적 근거 또는 법률의 위임에 따라 제정 배포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표준계약서에 제정에 있어서는 제약회사를 포함한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가 보장돼야 하나, 20여일의 짧은 기간 동안의 의견수렴만을 거쳐 강행됐다며 당사자들의 개별 접촉 또는 공청회 등의 기회를 통해 의견을 충분히 청취 수렴해 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표준계약서 제정은 또한 제약업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이는 더 나아가 공정거래 구조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점도 제기했다.
표준계약서는 제약사간 특허 라이선스, 공동마케팅, 공동프로모션 계약 등 거래 형태와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적용된다고 하는데, 제약업계에 있어 각 거래형태들은 기본적인 성격, 구조 및 내용이 매우 달라 이를 하나의 계약형태로 규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준계약서는 다양한 의약품 거래유형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표준계약 조항을 규정함으로써, 제약회사들이 각 사안에 맞는 적합한 거래조건 등을 통해 제품을 효율적이고 적극적으로 시장에 공급하려는 노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표준계약서 준수 여부에 따른 법적 위험 및 리스크의 증가는 오히려 다국적 제약회사와 국내 제약회사간 상업적 조건에 의해 형성되는 의약품 공급시장의 건전한 거래기능을 위축시켜 제약사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선진의약품이 국내 환자들에게 보편적으로 보급되는 것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KRPIA 측은 지적했다.
이외에도 KRPIA 측은 국내 사업자든 외국 사업자든 동일한 기준으로 불공정거래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표준계약서 제정으로 인한 외국 제약회사에 대한 사실상 불이익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관례를 역행하는 것으로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이는 당사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막고 경쟁을 저해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외국 제약회사들의 국내 진입을 어렵게 만들어 국내 제약산업의 성장을 저해함은 물론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표준계약서의 조항 중 '공급자인 갑의 동의 없이도 을이 자동적으로 재판매권을 갖도록 한 것과 계약 존속기간 이후에는 아무런 제한 없이 을이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및 개량기술에 대해 거래형태나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을에게 모든 권리를 부여하는 조항 등은 문제가 되는 바 전면 재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이유로 들어 KRPIA 측은 공정거래위원회 표준계약서 제정이 철회돼야 하고,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부여돼야 할 것이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병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