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협회는 약가인하 반대주장에 앞서 의료계에 사과하라."
전국의사총연합(대표 노환규, 이하 전의총)은 1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의총에 따르면 제약협회는 불과 2년 전 의사들이 요청하는 리베이트 때문에 제약회사의 발전이 저해 받고 있어 리베이트를 받는 의사들을 처벌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이에 힘입어 정부는 의사들을 제약회사에 부정한 돈을 요구하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간주하고 의사접대 금지법안이라고 할 수 있는 소위 '리베이트 쌍벌제'를 입법화했다.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리베이트를 수수하는 의사들은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제약협회의 주장이 옳았다면 리베이트는 사라졌어야 하고 정부는 약가를 인하해야 한다.
이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리베이트의 소멸에 따라 약가 인하 요인이 발생해 약가 인하 조치가 시행돼야 마땅하고, 제약회사들은 판매관리비 절약으로 수익구조가 개선돼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대해 제약협회가 경영악화의 이유를 들어 강력히 반대한다는 것은 리베이트로 인해 보험재정이 악화되고 제약 산업이 성장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거짓 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게 전의총의 설명이다.
게다가 제약회사들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리베이트를 앞세운 공세를 펴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모 제약회사는 영업사원이 처방금액의 15%를 리베이트로 의사에게 제공하겠다는 '리베이트 제공 계약서'를 의사에게 들고 오기도 했고, 또다른 제약사는 의사에게 불법적인 리베이트 제안을 했다가 항의를 받은 후 상급자가 사과문을 작성해 보내기도 했다.
제약회사에서는 일부 영업사원들의 과도한 의욕 때문에 일어난 일로 치부하겠지만, 본사 측의 공식적인 지원정책 없이 말단 영업사원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즉 처방과 관련한 리베이트가 발생하고 유지돼 온 근본적 원인은 의사들의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제약 산업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이라고 전의총은 주장했다.
그동안 제약회사들은 높은 복제약가를 유지해 온 정부의 보호막 아래 지난 수십 년간 안정된 성장을 지속해 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아울러 국내 제약사들의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유를 두지 않고 갑작스럽게 약가인하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도 인지하는 사실이다.
제약협회는 그러나 때늦게 의료계와의 공동운명체를 주장하면서 정부의 약가인하 조치를 막는데 힘을 실어달라고 의료계에 요청해왔다.
이 요청에 대해 일부 노회한 사고방식을 가진 의사들은 제약계와 손을 마주잡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올바른 정신을 가진 의사들의 분노를 참기 어렵다.
더욱이 전 서울시의사회장을 역임했다는 의료계 원로는 "의사들은 학술대회나 세미나는 물론 영업사원들에게도 의료정보를 많이 듣는데 제약업계가 어려워지면 영업사원이 줄어들어 의사들의 의료정보 제공에 문제가 되고, 이는 결국 환자들의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는 상식을 가진 의사들로서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의해 심장이 터져 나올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전의총은 제약협회가 진정으로 의료계와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의사들을 범죄자로 지목하고 리베이트 쌍벌제를 요구한 행위에 대한 깊은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
또 산적한 의료계의 현안들을 외면하고 제약사들이 정부의 보호막 속에서 흰 봉투를 뿌려대며 성장할 수 있던 현실에 안주해왔다는 뼈아픈 반성부터 다시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의총은 제약협회가 약가인하를 저지하기 위해 8만 명을 동원해 치르겠다고 공언한 궐기대회를 취소하고 의료계에 진지한 사과를 먼저 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전의총 측은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의사들에게 리베이트 공세를 하고 있는 국내 대형제약사들의 불법적인 현장들을 빠짐없이 모두 공개함으로써 제약회사 주장의 허구성을 낱낱이 국민 앞에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