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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20.5%를 약값에 쓰는 한국-약품비 27조원...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구조적 위기?
기사입력 2026-03-11 오후 4:46:00 | 최종수정 2026-03-11 오후 4:46:21

국회 토론회, “약가제도 개편 통한 건강보험제도 지속가능성 확보해야”

 

 



▲
약가개편 국회 토론회

 

   2024년 한국은 국민의료비에서 약제비 비중이 20.5%에 달했다. 이는 OECD 평균은 물론, 영국(11.8%), 덴마크(6.2%), 프랑스(13.1%) 등과 비교하면 약 1.5~2배에 달하는 규모다.

 

더욱이 한국은 2024년 12월을 기점으로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65세 이상 노인의 1인당 연평균 약품비는 전체 평균의 약 3배에 달한다. 약가 제도의 합리적 개선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공적 건강보험 제도의 존속을 위한 당면과제다.

 

이와 관련, 현재 OECD 주요국가와 비교해 한국의 약가 실태 원인과 개선점을 도출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국회토론회가 11일 오전 10시 국회 제8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나영균 교수(배재대학교)와 정형준 원장(원진녹색병원)의 발제로 시작된 이번 국회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이수진·서영석·장종태·김윤 국회의원과 무상의료운동본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가 공동주최하고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건보노조)이 주관했다.

 

▶ OECD 평균보다 47.3% 높은 한국의 1인당 약제비

 

건보노조에 따르면, 한국은 GDP 수준이 비슷한 영국($521), 호주($590)와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약제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소득 수준 차이가 아닌 약가 구조의 문제를 시사한다.


외국의 상황을 보면 약가정책은 총재정 내에서 통제되는 추세로, 고가신약이나 무차별적 제네릭(동일성분의약품) 등재가 허용되는 경우는 없으며, 처방과 조제에 대한 재정통제 기전이 작동하고 있다.

 

▶ 의료비 20.5%를 약값에 쓰이고 있는 한국, OECD 평균은 14.4%

 

2024년 OECD 약제비지출 통계를 보면, 한국은 국민의료비에서 약제비로 20.5%를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OECD 평균 14.4%는 물론, 행위별수가제인 일본이 16.3%, 독일 14.3%, 프랑스 13.1, 영국 11.8% 등 주요 선진국에 비춰 의료비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 제네릭을 많이 쓰면서도 약값이 줄지 않는 역설

 

한국의 약가 제도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최초 등재되는 제네릭(동일성분 의약품)의 가격을 오리지널 대비 53.55%로 산정하는 일종의 공식을 장기간 유지해 왔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제네릭 진입 초기에는 오리지널 대비 50~60%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더라도, 다수의 경쟁자가 진입함에 따라 6개월~1년 이내에 10~20% 수준으로 가격이 급락하는 시장 기전이 작동하지만, 한국은 정부가 정해준 53.55%라는 가격이 일종의 하한선처럼 작용해 가격 인하 경쟁이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의 제네릭 효율비는 1.2:1인데(사용량 49%/지출 41.7%) 제네릭을 써도 비용이 줄지 않는 구조다. 이에 반해, 미국은 4.5:1(사용량 90%/지출 20%)로 제네릭이 재정 절감에 크게 기여하고 있고, 유럽의 평균 효율비는 3.7:1(사용량 70%/지출 19%)이며 가격 경쟁이 작동하고 있다.

 

▶ 한국은 높은 약제비에도 신약 도입은 OECD 최하위

 

한국의 처방약 시장 규모는 OECD 9위로 상위권이지만 오리지널 매출 비중은 OECD 29위로 혁신 신약 비중은 최하위권이다.


약제비 지출은 많지만 대부분이 고가의 제네릭(동일성분의약품)에 쓰이고 있어 정작 환자가 필요로 하는 혁신 신약 접근성은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이는 약제비 구조의 비효율이 혁신까지 저해하는 악순환을 보여주는 것이다.

 

▶ 약품비 27조 원, 건보 재정의 구조적 위기

 

한국의 약품비 지출은 2011년 13.1조 원에서 2024년에는 27.0조 원으로 2배 이상 높아졌다. 2024년 노인 약품비 비중은 51.7%로 사상 최초로 50%를 돌파했고, 2023년 약품비 증가율은 8.5%로 총진료비 4.7%의 약 2배에 달했다.

 

▶ 상품명(브랜드명) 처방으로 대체조제율 1% 미만, 미국은 91%

 

우리나라는 의사가 성분명이 아닌 특정 브랜드명으로 처방하는 상품명 처방으로 약사가 동일 성분의 더 저렴한 제네릭(동일성분의약품)으로 교체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다. 선진국 대부분은 80% 이상의 대체조제율을 달성하여 제네릭 가격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 한국은 0.79%로 사실상 대체조제가 불가능한 구조이며, 이것이 제네릭 약가가 높은 근본 원인이다.

 

그 결과, 가격 경쟁이 작동하지 않아 제네릭 약가가 오리지널의 53.55%에 고정돼있으며, 제약사는 마케팅·리베이트에 의존하는 비효율적 시장 구조가 고착화됐다.

 

현행 약사법상 대체조제를 위해서는 처방 의사에게 사전 동의를 받거나 사후 통보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소통의 어려움과 관계 악화 우려로 대체조제율은 사실상 전혀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 한국 제네릭 약가, OECD 평균의 2.14배

 

특허 만료된 240개 성분 중 제네릭이 오리지널보다 저렴한 것은 단 13개(5.4%)에 불과하다. 나머지 227개 성분에서 제네릭은 오리지널과 비슷하거나 더 비싸다. 특허가 만료되면 제네릭 진입으로 약가가 하락해야 정상이지만, 한국에서는 특허 만료 후에도 시장이 오히려 확장되는 역설적 구조가 고착화돼 있어 가격 경쟁이 작동하지 않는 근본적인 시장 실패 구조다.

 

한국은 1인당 연간 외래방문 횟수가 18.0회(2023년 기준)로, 이는 OECD 평균인 6.5회의 2.8배이며 압도적 1위다. 고령화가 한국보다 더 심한 일본의 12.1회보다 1/3이나 높고, 여기에 10개 이상 약물의 다약제 복용자가 5년간 53% 급증해, 한국 노인의 다약제 복용 비율은 64.2%로 OECD 평균보다 15.6%p 높다.

 

이번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고령화로 약품처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건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 외국의 현황을 종합하고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한 약가정책 로드맵이 필요하고, 나아가 약품의 공급, 처방, 유통 등을 국민의 입장에서 접근해 다수 국민의 정보접근과 이용편의성 및 부담경감에 초점을 맞춘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는 먼저, 약품처방과 이용행태의 변화를 위한 품절약 대상의 시범사업부터 필요하다는 것이다.


품절약에 대한 항목정리를 통해 품절약(명확한 정의는 사회적 합의로 이뤄야 할 것임)으로 지정된 경우 약품명의 국제일반명(INN)을 강제하고, 성분명처방을 의무화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품절약은 제약회사가 수익성 저하 혹은 원료수입의 어려움 등으로 충분한 물량을 출시하고 있지 않아 발생하는 만큼 제약사가 대체조제 및 성분명처방에 유리한 국제일반명(INN) 등재를 통한 공급을 강제할 필요가 있고, 품절약은 개별약국의 재고를 시장방식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성분명처방을 통해 환자와 가족들의 약품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건강보험공단이 신약등재와 제네릭약가 계약을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신약 및 제네릭의 약가를 결정함에 있어 건강보험재정의 목표재정비율을 설정하고 그에 맞춰 약가를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계획에 따른 신약 및 제네릭 등재가 필요하고, 약품도매 및 유통담합에 활용되는 제네릭 정리를 위해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이 약가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약품의 경제성평가는 전국민 건강보험을 시행하는 한국에서는 건강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일 크기 때문에 전담하는 전문기관을 건강보험공단산하에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민간위탁연구 방식의 약품경제성평가는 제약기업의 이익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고 이해상충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비대면진료의 경우 ‘성분명 처방’만을 인정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지난해 11월 의료법 개정을 통해 환자와 의사 사이의 원격의료가 허용됐다. 원격진료는 원격지의 환자에게 처방을 하는 만큼 상품명으로 처방된 약품을 원격지의 약국 등에서 처방받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다수가 대체조제에 의존하고 있고, 대체조제 가능약국을 영리중계앱이 매개가 되어 유인알선, 광고해 사회적 문제까지 발생했다. 이에 원격의료를 통한 처방에는 성분명처방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원격의료가 건강보험진료에서는 대부분 재진 만성질환자 및 경증에 국한되는 만큼 약품의 미세한 효과까지 고려할 정도의 정밀 진료가 요구되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고, 또 원격진료는 손쉽게 처방을 제한된 정보로 얻는 만큼 성분명처방의 명분이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 토론자 측의 설명이다.

 

 

이병길 기자 bglee@newsonpeople.co.kr 작성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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