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원협회는 3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추진하는 고혈압 약제 고시 철폐와 전산 심사의 즉각적인 중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심평원은 고혈압 약제에 대한 고시를 발표하면서 올해 진료부터 고혈압약제 4성분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나 권장되지 않는 병용요법의 경우 특정 내역란에 처방사유를 기재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한의원협회는 이 같은 심평의 고협압 약제 고시가 의료현실을 무시한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의원협회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하에 4성분 이상 약제의 병용투여와 권장되지 않는 병용요법을 시행할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처방사유를 기재해야 하고, 이미 진료해왔던 환자들까지 모두 기재해야 하는 것이 대단히 불합리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처방사유 기재를 처음 병용할 때만 기재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진료시 마다 기재해야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는 주장이다.
심평원에서 이렇게 요구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전산심사 때문으로, 컴퓨터로 심사하는 경우 처방사유 기재가 없으면 바로 약제비를 삭감할 수 있으니, 컴퓨터가 잘 인식하도록 진료시 마다 매번 기재하라는 것이다.
반면, 대부분개원의들은 한 환자의 진료를 위해 청구프로그램에 수많은 정보를 입력하고 그 과정에서 수십 번의 키보드 타이핑을 한다.
이는 하루에 진료하는 환자의 총 수를 고려하면 그 타이핑 수가 하루에도 수천 번이 넘어 실수로 상병이나 약제의 철자가 틀리거나 또는 상병이 누락되면, 심평원이 여지없이 약제비 삭감의 칼날을 휘둘렀다.
따라서 이번 고혈압약제 고시가 의사들의 실수를 더욱 조장시켜 전산심사를 통해 더 많은 약제비를 삭감하겠다는 의도다.
이미 진료했던 환자를 비롯해 해당되는 모든 환자에게 처방사유를 기재하도록 하고, 더욱이 매번 진료시마다 기재하도록 하는 것은 결국 심평원이 의사들의 실수를 계속 유도하면서, 그 실수를 통해 약제비를 환수하는 조직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고 의원협회 측은 지적했다.
의원협회 측은 의사들이 정당하게 진료를 했다 해도 전산심사의 조건에 맞지 않으면 가차없이 약제비를 환수하겠다는 대단히 폭력적인 발상이고, 또 전산심사는 약제비 삭감 도구의 하나로,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 심평원의 각종 고시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한의원협회는 고혈압약제 고시의 철폐 및 전산심사의 즉각적인 중지를 요구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이 전산심사를 고집한다면, 전산심사의 대대적인 개선과 함께 남아도는 심사 인력을 대폭 감축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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