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어라~마셔라~!" 전자회사에 근무하는 김 부장(52세)은 오늘도 사원들과 회식을 했다. 워낙 술을 좋아하는 탓에 3차는 기본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피곤한 건 당연지사. 허리도 부쩍 아팠지만 ‘운동 부족이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앉고 서는 일조차 통증 때문에 어려워져 병원을 찾았는데 뜻밖에도 고관절에 문제가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최근 ‘주폭(酒暴)’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사회적으로 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류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술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듯 지나친 음주는 관절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인공관절수술 특화병원인 웰튼병원 송상호 원장은 "음주는 통풍, 관절 통증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하는데, 특히 고관절의 대표적 질환인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음주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 술이 부르는 고관절 질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적당한 알코올은 몸의 혈액순환을 돕지만 과하면 통풍성 관절염 등 각종 관절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는 고관절 질환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초기에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뼈가 괴사하는 질환으로 증상이 진행될수록 뼈에 구멍이 생기고 부서지며 무너져 내리게 된다. 이에 따라 다리 길이가 달라지고 걸을 때 절뚝거리는 증상도 나타난다. 또 그 외에 엉덩이와 허벅지 부위의 통증이 느껴지고 양반 다리 자세도 어려워진다.

송 원장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세계 의학계에서는 외상, 스테로이드 과다 복용, 그리고 과도한 음주를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며 "고관절 질환자 중 서양에서는 퇴행성 고관절염이 대부분이지만 한국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환자 비율이 전체 고관절 수술환자의 50%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 20~50대 젊은 남성 발병률 높아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에 의하면 4년간 고관절 수술건수가 무려 5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년간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진단을 받은 환자는 약 1만4,103명이며, 특히 한국의 경우 30~50대 중년 남성에게서 ‘대퇴골두 무혈성괴사’가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젊은 남성들의 경우 한국문화의 특성상 잦은 술자리와 회식문화가 잦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인공관절수술 특화병원인 웰튼병원에서 2007년부터 2011년 12월까지 고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59%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로 인해 수술을 받았고, 30~50대 환자의 비율이 47%였다. 또한 수술 환자 중 남성의 비율은 78%로 높았다.

송 원장은 "고관절은 신체 부위 중 어깨 다음으로 활동 범위가 넓은 기관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면서 "엉덩이나 사타구니의 통증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엉덩이, 사타구니 아프면 의심! 심각하면 수술도 고려해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진행돼도 대부분 허리 통증으로 착각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있어 병원을 찾은 경우에는 대부분 괴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에 송 원장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초기에 자각이 힘들고, 어느 정도 괴사가 진행된 이후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치료는 ‘천공술’과 ‘인공관절수술’을 통해 이뤄진다. 만약 괴사 범위가 작다는 ‘다발성 천공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괴사 범위가 넓거나 심각한 경우에는 인공관절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최근에는 ‘근육과 힘줄을 보존하는 최소절개 인공고관절수술’을 통해 환자들의 일상 복귀가 한결 빨라졌다. ‘최소절개술’은 기존 15~20cm였던 절개 부위를 8~10cm로 절반 이상 줄인 최신 수술법으로, 수술 후에도 근육과 힘줄이 보존되기 때문에 관절을 단단히 지지해 주기 때문에 탈구율 등의 부작용도 크게 줄었다. 아울러 4시간 조기보행은 물론, 다리 길이가 같아지기 때문에 원활한 보행이 가능하고 양반다리 등 일상생활도 무리 없이 진행이 가능하다.

송 원장은 "고관절은 신체 활동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평소 관심을 갖고 바른 생활 습관을 가지도록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