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하 시립병원들의 의료장비 구매행정에 총체적인 부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김기옥 의원(민주통합당 강북1, 보건복지위)이 지난달 서울시 감사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의료장비 구매실태 특정감사 결과 보고'에서 밝혀졌다. 

2일 김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 3개 직영병원(서북, 은평, 어린이병원)과 4개 위탁병원(보라매, 서남, 동부, 북부병원) 등 7개 시립병원들은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한 후 사용하지도 않고 창고에 무더기로 쌓아두거나 편법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식으로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중 고가의 의료장비 구입 후 창고에 방치한 서남병원은 의료장비 165점에 6억2400만원을 지출했고, 서북병원은 2점에 4700만원, 은평병원 1점 660만원, 북부병원은 11점에 9100만원을 사용했다.

   
의료장비 위탁 구매계약도 부적정했다.

보라매병원과 서남병원은 구매계약을 하면서 '지방계약법' 규정에 어긋나는 특정업체와 의료장비 구매대행계약을 체결해 198억 원의 의료장비를 구매했다.

서울시로부터 교부받은 민간대행 사업비로 병원 장비를 위탁 구매할때에는 계약법령에서 규정한 전문기관 등에 위탁해 구매해야 함에도 이들 병원은 지방계약법에서 위탁 가능한 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E주식회사'와 병원구매(계약) 업무외주위탁 계약을 체결해 의료장비를 사들였다.

E주식회사는 서울대병원, 이대목동병원, 경희의료원 등의 병원과 의료산업계 등이 주요주주로 참여해 설립한 회사로 의약품 및 의료장비 입찰 구매대행을 주 사업영역으로 하고 있다.

예정가격 결정업무 또한 부당 처리했다.

보라매병원은 구매당사자인 시립병원의 임직원이 아닌 외부의 제 3자가 낙찰 예정가격을 결정하도록 묵인, 방조했다.

예정가격 결정은 ‘병원장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자가 하도록’ 돼 있어 예정가격은 보라매병원장 또는 그 위임을 받은 보라매병원 임직원이 직접 결정해야 함에도 임직원이 아닌 제 3자로 ‘E주식회사’에 파견된 서울대병원 원무과 직원이 예정가격을 결정함에도 묵인했다는 것이다.

2010년 5월에서 지난해 2월까지 일반경쟁입찰로 구매한 총 60건(94억8820만원)을 분석한 결과, 25건(30억4556만원)이 예정가격과 동일한 가격에 낙찰되는 등 무려 48건(72억2701만원)이 예정가격대비 95% 이상으로 낙찰됐다.

적격심사 및 낙찰자 결정도 부적절했다.

어린이병원과 보라매병원은 부적정한 적격심사로 자격 없는 입찰업체가 낙찰되도록 했고, 동부병원은 물품구매 시 거래실례가격을 조사하지 않아 비싸게 구매하거나, 일반경쟁 입찰대상을 수의계약으로 구입했다.

   
이는 거래실례가격 등을 비교해 가장 경제적인 가격으로 구매해야 함에도, 제출된 업체의 견적가격만 비교함으로써 시장가격(인터넷가격)보다 세 배나 비싸게 구매함은 물론 2건의 장비(1억7000만원)를 구매하면서, 추정가격이 5000만원을 초과해 일반경쟁 입찰에 의한 계약을 체결해야 함에도 담당의사가 특정모델을 요구한다는 사유로 수의계약으로 구매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북부·보라매병원은 물품이 납품기한을 경과해 납품됐는데도 지연배상금을 부과하지 않았고, 어린이·동부·북부병원은 의료장비 구매시 장비도입 필요성 및 장비운영 효율성 등에 대해 '의료장비심의위원회'를 열어 필요성 등을 판단한 후 구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심의도 거치지 않고 구매 결정했다.

김기옥 의원은 "감사 보고서를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서울시 산하 시립병원들에서 버젓이 발생해 혈세가 줄줄이 새고 있다"면서, "의료행정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인 만큼 위탁병원 및 직영병원에 대해 보다 엄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현재 서울시가 운영 중인 종합병원, 요양병원, 특수병원 등 서울시 산하 시립병원들의 병상 수가 3127개로 규모면에서 이미 국내 최대의 병원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서울시가 공공의료 수준의 향상과 의료서비스의 확대를 주도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서울시립대학교에 의과대학을 서둘러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