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와 이에 따른 국민의 피해를 정부와 병원협회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30일 7월부터 7개 질환에 대한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을 대한의사협회가 불참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포괄수가제 지불제도가 그 속성상 의료의 질 저하를 가져올 위험이 큰 제도이므로, 의료의 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미비한 상황에서 포괄수가제를 확대 시행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강력히 반대해 지난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탈퇴한 바 있다.

그러나 의협은 이날 입장 발표를 통해 정부 측이 과잉진료 때문에 의료비가 급증하고 있으므로 포괄수가제가 과잉진료를 억제함으로써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평균수명과 영아사망률 등 여러 국민건강의 평가지표가 OECD국가의 평균치를 넘어서면서도, 또 과잉진료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국민 한 사람이 지출하는 의료비는 OECD평균의 2/3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의료비가 급증하는 이유는 의사의 과잉진료 때문이 아니라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협은 국민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의료제도를 국민의 이해 없이, 또한 전문가단체의 의견을 묵살하고 건정심이 결정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중대형 의료기관의 경영자단체인 병원협회가 찬성했다는 사실이라며, 병원의 경영자들은 포괄수가제 도입으로 인해 행정비용이 감소하고, 원가절감을 시행하면 인상된 수가로 인해 경영상의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으나, 대다수 의사들은 학문적으로 검증된 전문의학 지식과 의사의 양심에 따라 환자 진료를 원한다는 반론을 펼쳤다.

포괄수가제 시행은 국민의 선택권을 앗아감으로써 실손보상 보험에 가입한 국민들에게 실질적 권익을 침해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덧붙여 앞으로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의 질 저하 및 이에 따른 국민의 피해는 전적으로 정부와 병원협회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측은 이번 기회를 통해 전문가 단체로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이유가 오랫동안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반성한다며, 향후 의협은 정부가 아닌 국민의 판단과 의사의 양심에 따라 진료에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