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자궁경부암에 대한 질환 인지도는 상승했으나, 예방실천은 아직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전국의 17~49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인식조사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밝혀졌다.

조사 결과, 전체 조사대상자의 73.4%는 자신이 자궁경부암에 걸릴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있엇으며, 자궁경부암에 대한 질환 인지도도 높은 편이었다.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37.7%(377명)로 2년 전에 비해 2배(2010년 15.6%) 이상 늘어났고, 예방접종률 역시 14.7%(147명)로 과거 유사 조사(2010년 2%)에 비해 증가했다.

하지만 10명 중 8명은 아직도 백신을 통한 예방을 실천하지 않고 있으며(85.3%), 10명 중 3명(30.5%)은 백신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연령대로는 10~20대의 젊은 층에서 예방실천율이 가장 낮았다. 이들 젊은 여성의 검진율은 14%(450명 중 63명)로 평균에 크게 못 미쳤고, 백신접종률의 경우에도 10대에서 10%(150명 중 15명)에 불과했다.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 중 66.6%(검진을 받지 않은 623명 중 415명)가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가 31%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접종가능 연령대를 놓친 것 같아서', '자궁경부암이 예방될 수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성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백신 접종의 혜택이 없을 것 같아서' 등의 순이었다.

높은 질환 인지도에 비해 예방실천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질환에 대한 오해가 여전히 존재해 적극적인 예방실천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사에 의하면, 자궁경부암은 발병원인이 정확히 밝혀진 몇 안 되는 암임에도 불구하고 자궁경부암의 주된 원인이 HPV의 지속적인 감염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여성은 전체 응답자 중 37.7%(377명)에 불과했고, 10대 여성에서는 16%(24명)로 매우 저조한 인지율을 보였다.

또 성경험을 가진 여성의 대부분이 HPV에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여성도 33%(332명)에 그쳐, 본인이 자궁경부암에 걸릴 실제적인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궁경부암에 대한 오해도 여전하다. 전체 응답자 중 44%는 젊은 여성이 중년여성보다 자궁경부암에 대한 생존율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어 젊은 층에서 재발률과 사망률이 높은 선암 등에 대해 자각하지 못했다.

이 밖에 ‘성관계가 다수인 여성만이 자궁경부암에 걸린다’거나 ‘자궁경부암은 유전된다’, ‘나이 많은 여성들이 걸리는 질환이다’ 등의 오해도 갖고 있었다.

김영탁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많은 여성들이 나이가 젊으면 질환에 안 걸리거나, 걸려도 생존율이 높다고 오해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반적인 오해가 적극적인 예방실천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특히 예방백신 접종 시 효과가 가장 좋은 10대의 접종률이 타 연령대보다 낮게 나오고 있는데, 적극적인 예방실천을 위해 여성들이 질환의 원인이나 특성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먼저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교수는 "자궁경부암 초기단계는 증상이 거의 없고 증상이 발현될 때는 이미 병변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은데다 젊은 여성에서는 암이 더 공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정기검진과 백신접종을 통해 암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궁경부암은 여전히 여성들이 두려워하는 암 중 하나로, 자궁경부암을 우려하는 이유로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에 끼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1위로 꼽았다.

특히 10대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20대 여성의 임신, 출산에 대한 우려는 타 연령대보다 월등히 높았다.

자궁경부암이 우려된다고 답한 10~20대 여성의 과반수(53.2%)는 ‘아이를 낳지 못할까 봐’, 30%는 임신 후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김병기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실제로 젊은 여성에게서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높은 자궁상피내암의 5년 생존율은 95% 이상으로 치료율이 높지만, 치료 후 자궁경부무력증에 걸릴 경우 조산 등 임신출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임신출산을 계획 중인 젊은 여성들의 주의가 더욱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자궁경부암은 백신과 정기검진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암이다. 자궁경부암은 발암성(=고위험성) 인유두종바이러스(HPV)라는 발생 원인이 명확히 밝혀져 있어 백신을 통해 예방이 가능한 유일한 암이기도 하다.

김병기 교수는 "자궁경부암의 주요원인인 HPV 감염 위험은 20대에 가장 높고 30~40대까지 새로운 감염이 계속되므로 백신접종의 효과가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10대뿐 아니라 아직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9~55세의 여성들은 성경험 유무와 상관없이 적극적인 예방실천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