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을 비롯한 6개 단체는 29일 포괄수가제 반대 입장을 밝히고 건정심 탈퇴의사를 밝힌 대한의사협회의 결정에 비난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22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포괄수가제 반대 입장을 밝힌데 이어 24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포괄수가제 의결에 반발해 탈퇴의사를 밝히고 퇴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시민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의협이 국민건강을 볼모로 자신들의 밥그릇을 더 많이 챙기려는 속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시민단체 및 건정심 가입자단체는 건정심의 합의과정을 부정하고 자신들의 이해득실에만 급급한 의협이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며, 포괄수가제의 적용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포괄수가제는 의료 서비스 각각에 진료비를 지불하는 행위별수가제가 과잉진료를 유도해 건강보험재정과 의료비 부담을 늘리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진료내용이 유사한 입원 환자군에 대해 사전에 정한 금액을 주는 제도다.

이 같은 선택적 적용을 허용하면서 정부가 행위별 수가제보다 30%의 수가를 인상했음에도 의원의 83.5%, 병원의 41.1%만 참여해 정작 환자쏠림 현상이 심각한 대형병원과 종합병원의 참여가 저조함으로써 반쪽자리 제도가 됐다.

지난해부터는 보건의료미래위원회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포괄수가제 발전협의체 등에서 포괄수가제의 당연 적용을 권고했다.

또 의협과 병원협회 대표의 요구에 따라 같은 해 9월부터는 의료계가 포함된 포괄수가발전협의체를 구성해 현재까지 포괄수가 적정수가 산출방법, 환자분류체계의 개선, 포괄수가 급여적정성 질 평가지표 등을 도출했고, 지난 2월에는 당연 적용 시행시기와 추진과제가 담긴 발전방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 7월부터는 포괄수가제를 모든 병·의원급에서 시행하고,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급 이상의 전체 의료기관까지 확대될 예정으로, 그 추진 직전에 의협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라는 게 이들 단체의 설명이다.

의협 측은 건정심 탈퇴 발표에서 건정심 구성위원의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은 공급자 8인 중 의사를 대표하는 위원은 3명(의협 2인, 병협 1인) 뿐이며, 노사가 1대1 동수로 협의구조를 갖추듯 건정심도 의사협회, 병원협회, 약사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각 단체와 정부가 1대1 협의체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단체들은 의협의 이러한 발언이 정작 건강보험료를 지불하고 있는 국민들을 무시한 발언으로, 국민건강을 볼모로 최대한의 잇속을 차리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의사를 3명이나 참여를 허용시켜 의사들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구조이므로, 가입자 단체에서는 그동안 의사를 1명으로 줄이라는 요구를 해오고 있는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의협의 이번 주장은 적반하장 격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가 포괄수가제 하에서 행위별수가제와 반대로 과소진료로 인해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비판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포괄수가제를 당연 적용하는 경우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료계의 주장은 마치 당연 적용 시에는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는 예고로 들린다.

포괄수가제는 이미 행위별 수가제보다 30% 인상된 가격으로 의료비가 지불되고 있고, 적합한 양질의 진료를 행할 의무를 진 의료계가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포괄수가제 시행에 포괄수가제 적용 환자의 의료서비스 질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 대책들이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했다.

포괄수가제는 이미 미국, 일본, 독일, 호주 등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고, 늘어나는 의료비를 적정하게 관리하고, 건강보험재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피할 수 없는 제도다.

이번 의협의 일련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이들 단체들은 과연 국민건강을 책임질 의료정책 결정과정인 건정심에 이익단체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강한 우려감을 지울 수 없다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간의 합의과정을 부정한 채 국민건강을 볼모로 의료수가를 올리려는 의협의 이기적인 모습에 국민의 실망은 극에 달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는 이들 단체들은 건정심이 이미 합의된 포괄수가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하고, 정부는 안정적인 건강보험제도 운영을 위한 대책 마련에 철저한 준비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