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총연합은 2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이 전공의의 일선 응급의료기관 각각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세운 무책임한 탁상행정의 결과라며 이를 즉각 철회해 줄 것을 요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17일 복지부는 입법 개정안을 통해 오는 8월부터 응급실 당직 근무 의사를 3년차 이상의 전공의 및 전문의로 제한하고 이를 위반 시 최고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전의총은 복지부의 이러한 계획이 일선 응급의료기관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치 않은 무책임한 것이고, 주당 평균 100시간에 가까운 전공의들의 살인적인 근무여건을 전혀 반영치 않은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또 복지부가 이 시행규칙 개정의 이유로 응급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말하고 있으나, 응급의료 인력의 질을 높이려면 3, 4년차 전공의의 당직근무를 논할 것이 아니라 응급의료기관들로 하여금 적정수의 전문의 인력을 확보하게 해 그들에게 응급실 진료를 전담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금도 다른 어느 직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근무시간에 짓눌리는 전공의들에게 강제적인 응급실 당직근무까지 더해진다면, 이는 의사이기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노동법에 보장된 주당 40시간 근무의 기본권은 커녕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노동을 강요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복지부의 계획대로 이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지금도 필요한 전공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진료 여건이 매우 열악한 지방 응급의료기관들은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들의 경우 의료 인력의 수급이 용이해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을 것이나, 지방의 대학병원이나 중소 응급의료기관은 필요한 전공의나 전문의 인력을 구하지 못해 그나마 유지돼오던 응급의료체계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감도 표시했다.

전의총 측은 복지부가 응급의료서비스의 수준을 향상시키려 한다면 먼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료수가를 현실화시켜 응급의료기관들이 적정한 수의 전문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특히, 수도권 대형병원들로 쏠리고 있는 의료 인력의 편중 현상 해결 방안을 모색해 지방 응급의료기관들도 충분한 전문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의 제시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전의총은 의료현장의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번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복지부가 이를 무시하고 시행규칙 개정을 강행한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설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는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