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22일 정부 측이 추진하고 있는 포괄수가제 확대시행에 국민의 건강을 위해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가회견문을 발표했다.
포괄수가제는 의료행위에 따라 의료비를 지급하지 않고, 질병이나 시술에 포괄적으로 미리 정해진 의료비를 지급하는 지불제도를 말한다.
이는 즉, 의료서비스의 양이나 질 등 진료 내용에 관계없이 질병군별로 미리 책정된 정액 진료비를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지불하는 제도다.
최근 정부는 오는 7월부터 백내장수술로 알려진 수정체수술,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 충수절제술, 서혜부·대퇴부 탈장수술, 항문수술, 자궁·부속기 수술, 제왕절개분만 등 7개 질병군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의원과 중소병원에 적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이 같은 포괄수가제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고, 우리나라여건상 포괄수가제를 확대 실시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며 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의사협회측은 포괄수가제가 진료비를 절약하는 데에는 긍정적인 일인지는 모르나, 환자의 몸 상태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많은 의료비의 지출이 예상되는 경우 환자가 퇴원하기에 불안전한 상태인데도 의사가 조기퇴원을 강요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의사가 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생략할 수도 있으며, 싸구려 의료품을 사용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고, 포괄수가제가 전면 확대되면 병원들이 치료비가 많이 드는 고위험도 환자를 기피하게 돼 환자가 이곳저곳으로 떠밀리는 신세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이러한 위험성을 막기 위해 사전 장치가 준비돼야 한다면서, 이는 적절한 비용, 즉 적정수가와 적정진료를 위해 포괄수가제를 세분화시켜 각기 다른 수가를 적용하기 위한 경·중환자 분류작업이 필요하고, 과소진료를 방지하고자 의사의 행위료를 분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임상진료지침, 진료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모니터링 방안이 미리 준비돼야 하고, 의사들이 필요한 검사를 누락시키거나 필요한 처치를 생략하지 않도록 질 관리를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의사협회는 정부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에 앞서 원가 이하의 의료수가를 현실화하고, 적정진료의 통제기전을 먼저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포괄수가제의 확대는 의료의 질 저하를 방지할 수 있는 사전장치가 반드시 사전에 준비돼야 하는 선시행 후보완이 아니라, 선보완 후시행이 돼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복지부는 의협의 의료의 질 저하 주장에 대해 ‘포괄수가제 당연적용 시에도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것은 2002년 제도시행 전의 5년간의 시범사업과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도 발전방안 연구 결과 등 10년간의 실제적용 경험에서 충분히 증명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르면 행위별수가제 시행 의료기관과 포괄수가제 적용 의료기관간 재입원률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연도별로도 큰 차이가 없어 의료이용결과는 일정하게 유지됐고, 수술환자 관리 모니터링의 대부분 항목에서도 매우 낮은 이상소견율과 불일치율을 나타냈다.
또 환자만족도에 있어 행위별 수가제의 경우 87%인데 반해 포괄수가제는 96%로 더 높게 나타났고, 7개 입원환자에 대한 수술건수나 진료수준이 높은 ‘전문병원’ 대부분이 현재 포괄수가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포괄수가제가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와 무관함을 알 수 있다는 것이 복지부측의 설명이다.
한편, 복지부는 오는 7월 1일부터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시행과 함께 의료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한 대책도 동시에 시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의료계가 자발적으로 임상진료지침 및 병원 내 임상경로 등의 개발과 교육·보급·확대 등 질 향상 노력을 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지원하고, 의료서비스의 성과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성과지불제(P4P, pay for performance)의 적용확대도 검토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포괄수가제도의 지속적인 보완을 위해 앞으로도 협의체 등을 통해 의료계와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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