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원협회는 17일 정부가 시행하는 포괄수가제가 의료의 질 하락과 의료기술 발전의 저하를 가져오고, 환자의 치료 선택권 및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며 이를 철회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백내장, 항문질환, 탈장, 맹장,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제왕절개, 자궁 및 자궁부속기 등의 질환군 수술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한의원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의료수가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를 기준으로 포괄수가를 정해놓고, 그 범위 내에서 치료를 하라는 것은 최선의 진료보다는 그 비용에 맞게 진료를 하게 함으로써, 결국 의료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감을 표명했다.

또 현재와 같이 행위별수가제와 포괄수가제가 병용되는 상황에서는 환자와 의사의 협의 하에 행위별수가제로 새로운 의료기술을 활용할 수가 있으나, 포괄수가제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의료기술이 개발된다 해도 이를 활용할 수가 없어 의료기술은 퇴보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논리도 펼쳤다.

정부가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려는 목적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비가 절감된다는 것이나 우리나라처럼 의료수가가 낮은 상황에서 의료비가 더 낮아질지에 대한 의문감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중증 질환을 가진 환자는 행위별수가제 하에서 최선의 치료가 가능하나,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는 경우 의료기관은 정해진 수가 내에서만 치료를 해야 하므로,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치료를 기피해 경증 질환을 가진 환자만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정작 최선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 환자는 기피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괄수가제가 환자의 치료 선택권과 건강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는 의견도 거론됐다.

즉, 현재는 환자와 의사가 상의해 포괄수가제나 행위별수가제로 할지 상의하고 치료방법을 결정할 수 있지만,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는 경우 환자는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행위별수가제를 적용할 수 없어 흉터가 적게 남고 통증이 최소화되는 좋은 수술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그 치료를 선택할 방법이 없어, 이는 결국 최선의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환자의 치료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이 심대하게 침해돼 환자로서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당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의원협회는 포괄수가제가 의료비 절감효과는 거의 없으면서, 환자는 치료에 대한 기본적인 선택권마저 박탈당한 채 획일화된 저가의 의료만을 강요받도록 하는 제도로, 포괄수가제 시행 반대와 함께 즉각적인 철회를 정부 측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