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총연합은 간호조무사의 일을 간호사의 보조업무로 한정하고 진료보조업무를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진료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연구 결과물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는 적절한 시기에 균형 있게 재논의 돼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8일 전의총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대한간호협회가 '진료현장을 고려한 간호인력별 적정 업무영역 설정 연구 공청회'를 주최한 자리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으나, 이는 간호계와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며 공청회에서 제기한 의견에 대해 반박했다.

전의총은 연구 결과에서 언급된 것처럼 교육과정에 차이가 있고, 신분상 의료인과 비의료인으로 구분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진료보조라는 동일한 업무로 역할을 규정한 의료법이 형평성을 담보해야 하는 입법취지를 일부 훼손시키고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직역간 역할구분이 모호한 현재의 의료법이 부실한 상태를 유지해 온 데에는 저수가 정책을 고수해 온 정부에 가장 큰 근본적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간호사 인력의 부족과 원가 이하의 낮은 의료수가를 강제하는 정부의 정책, 이 두 가지가 잘못된 의료법이 유지될 수 있는 요인이었다는 게 전의총의 지적이다.

이번 공청회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박소영 서일대학교 교수는 아무런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간호조무사의 일을 간호사의 보조업무로 한정하고 진료보조업무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 구분이 진료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데도 이번 연구용역이 이해 당사자인 간호협회에 맡겨졌다는 사실이 이러한 현장여건을 무시한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이라고 언급했다.

즉,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 논의는 간호협회가 단독으로 정부와 진행할 일이 아니고, 의료수가 개선 등 근본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범위의 차별을 설정하기 위한 섣부른 논의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또 현재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진료보조업무는 의사의 지휘, 감독 하에 이뤄지고 있어 시간을 다투는 시급한 문제도 아니어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 논의는 의료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근본적인 문제개선과 함께 적절한 시기에 다시 균형 있게 논의돼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전의총은 이같이 중차대한 문제를 간호협회의 일방적인 일처리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의사들을 비롯한 기타 보건의료인들의 강력한 반발과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언젠가 찾아올 올바른 의료법의 개정 기회조차 날려버리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