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총연합이 구랍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대한 일부법률개정안이 의사에게는 너무 불합리하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주장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의총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극대화된 상황에서 최영희 민주통합당 의원 등이 발의한 소위 ‘도가니법’이라며 관심을 모았던 동 법안이 속성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에 의사와 학습지 교사를 추가하는 등 성범죄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자 함'이라고 명시돼 있어, 성인대상의 성범죄도 포함돼 있다.

이는 아동·청소년 뿐 아니라 어떠한 형태의 성범죄로도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의료인은 그 형 또는 치료감호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부터 10년 동안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의료기관에 취업을 할 수 없게 규정됐다.

즉, 개정된 법률안에는 의료인의 경우 형량의 경중에 관계없이 무조건 성범죄와 관련해 형을 선고받거나 벌금형을 받아도 의료인으로서의 지위를 10년간 잃도록 돼 있다.

이 규정은 면허를 가진 전문직 의료인이 자신의 면허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는 곧 경제적 활동을 중지하라는 뜻이어서, 사망선고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전의총의 주장이다.

전의총은 이번 개정법률안의 통과로 인해 벌금형에 해당하는 성인대상의 성범죄를 저지른 자의 직업이 변호사인 경우 벌금형으로 끝나지만, 그 자의 직업이 의사라면 벌금형의 처벌 외에 10년간 면허가 정지되는 처분을 받게 되는 불합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른 직업군에 비해 의료인들은 직업의 특성상 빈번한 신체의 노출이 일어나는 진료실에서 근무하는 보다 높은 윤리적 기준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에 비례해 의료인은 그 반대의 위험, 즉 성범죄로 오인 받을 위험에도 크게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당사자가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 성추행의 기준이라고 판시한 바 있고, 이것은 의사의 진찰의 행위로 인해 환자가 수치심을 느꼈다면 성추행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를 뜻한다.

돈벌이 수단으로 의사의 진료행위를 성추행이라 주장하며 의사를 협박하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에 대해 전의총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진료의 과정에서 환자가 일방적인 성범죄를 주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다면 의료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감시용 카메라인 CCTV라도 설치해야 할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현행법은 이 조차도 규제하고 있어, 이제 의사들은 스스로의 면허를 지키기 위해 환자의 진찰을 거부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문제점을 토로했다.

따라서 전의총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업을 행하는 의료인들에게 고도화된 전문성과 윤리성이 필요하나, 그것은 의사 스스로 갖출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그 환경을 보장해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