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12 약가인하 방안에 대해 제약기업들이 많은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이는 국내 시장이 글로벌 신약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약가 일괄인하가 가혹하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전언이다.

원희목 의원실에서는 정부의 8·12 약가인하 방안과 관련,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제약협회 회원사 190개사 중 31개사(16.0%)를 대상으로 '제약기업이 처한 현실과 향후 시장환경의 변화' 등에 대해 한국제약협회를 거쳐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를 7일 밝혔다.

설문결과, 정부의 8·12 약가인하 방안이 실시 될 경우 생산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업체는 31개사 중 30개사에 달했다.

이들 30개사의 보험의약품 3,747개중 생산중단을 고려하고 있는 품목은 687개(18.3%)로, 생산중단을 고려하고 있는 의약품 중 퇴장방지의약품은 112개 품목(16.3%)이 포함됐다.

생산중단을 고려한 이유로는 약가 인하 시 생산원가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낮은 마진 또는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시장성이 없는 품목을 우선적으로 생산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약가인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개별 기업이 계획하고 있는 자구책으로는 제품 구조조정이 25.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저가원료사용이나 OEM 전환 등을 통한 생산원가 절감(22.3%), 광고 선전비, 복리후생비 등 판매관리비 축소(16.0%), R&D 투자축소(12.8%), 인력구조조정(10.6%) 등의 순이었다.

생산원가 절감을 위한 대책으로 제약기업들은 우선순위로 △저가 수입원료 변경 △제조경비 축소 △OEM 방식으로 전환 △인건비 절감 △제품구조조정을 꼽았다.

31개 제약기업 중 인력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는 회사는 10개사(32.3%)로 나타났다.

이들 10개 기업의 현재 총 종업원은 7,283명으로, 이 가운데 1,251명(17.2%)을 구조조정 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고, 신규채용에 있어서는 31개 기업 중 13개 회사(41.9%)가 축소계획을 밝혔고, 이 중 8곳은 신규채용계획이 아예 없다고 답했다.

31개사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 비중은 평균 4.78%였다. 정부의 약가인하방안이 시행된다면 기업들은 R&D 투자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약가인하 후 예상되는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 비중은 평균 4.36%였다.

31개사 중 약가일괄인하 방안 발표 후 공장의 신축, 이전, 증축 등 시설투자 또는 사업 확장과 관련해 계획을 수정한 회사는 4곳(12.9%)이었으며, 고려중인 회사는 11개사(35.5%)에 이르렀다.

변경사례는 신축공장의 규모 축소, 신축 포기, 공장증축 투자연기, 오송단지로의 공장 이전계획 중단 등이고, 사업계획을 고려중인 사례로는 GMP시설 보완, 공장 증축 규모 축소, 제품구조조정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약가일괄인하 조치 이후 신제품 및 신약개발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는 31개사 중 90.3%인 28개사가 불가능하다고 답했고, 2개사는 가능(6.5%), 1개사는 무응답이었다.

불가능 사유로는 ‘수익성 악화로 인해 R&D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뒤 이어 ‘신약의 낮은 약가로 인해 투자비용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약가인하 후 국내 제약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에 대한 응답으로 19개사(61.3%)는 '다국적 제약사가 주도할 것이다'라고 답했고, 7개사(22.6%)는 '국내 대형 상위제약회사가 주도할 것'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원희목 의원은 "시장환경과 산업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약가인하 정책을 시행할 경우 약제비를 오히려 증가시킬 수 있고,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와 국내 제약산업 발전 정도를 충분히 고려해 약가인하 정책을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