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이 암 환자보다 삶의 질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6일 대한류마티스학회(이사장 송영욱)의 후원을 받아 류마티스관절염 임상연구센터에서 시행한 코호트 조사(KORONA)에서 4717명의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삶의 질을 분석한 결과,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의 삶의 질이 타 만성질환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의 삶의 질은 평균 0.68로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현저히 낮았으며, 암환자들의 평균 삶의 질 지수인 0.75에 비해서도 낮았다. 

특히, 진단 시기가 늦을수록 삶의 질은 더욱 떨어져 문제의 심각성이 더했고, 증상 발현 이후 진단이 늦어질수록 삶의 질은 더 떨어졌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기능장애 조사 결과는 반 수 이상의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호소하고 있었다.

일상생활 중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율은 활동(67.2%), 손 쥐기(52.4%), 걷기(48%), 손 뻗기(46.8%), 일어서기 (41.4%) 등의 순을 보였다.

1/3 이상에서는 식사(41.3%), 옷 입기(32.8%), 개인위생 (32%) 등 아주 기본적인 기능의 수행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러한 활동장애는 실제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의 사고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최찬범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의 삶의 질 조사에서 약 10명 중 1명은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더라도 진단이 지연되면 조기에 진단을 받은 경우보다 기능 및 삶의 질이 저하되므로 조기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또 "아침 기상 후 관절이 뻣뻣한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주먹을 쉽게 쥘 수 없을 때, 이유 없이 관절이 붓거나 열이 나는 등의 류마티스관절염이 의심될 때에는 반드시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대한류마티스학회가 서울대병원 등 전국 7개 병원에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와 가족 509명을 대상으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삶의 질'을 조사한 결과에는 활동장애로 인해 실제 피해를 입은 경우가 응답자의 33%(117명)에 달했다.

관절변형이나 활동장애로 인해 물건이 훼손(19.8%, 71명)되는 등의 간접적 피해는 물론 타박상 12.8%(46명), 골절 7.5%(27명), 화상 1.4%(5명) 등 심각한 신체적 손상도 21.7%를 차지했다.

류마티스관절염 발병 이후 가사일의 분담이 '전과 변함없다'고 답한 경우는 10명 중 4명꼴인 36.8%(132명)로 나타나 여전히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이 사고의 위험에 노출됐다.

또 응답자의 75.2%(270명)는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인해 외부활동 시간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고립도 심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심승철 홍보이사(대전 을지대학병원 류마티스내과)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대부분은 여성이기 때문에 아내, 어머니, 딸, 며느리로서의 역할로 인해 무리하게 가사 일을 하다 보면 질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와 가족 간 유대관계 영향 정도를 조사한 결과, 환자들은 가족이 본인의 상태에 대해 약 절반 정도인 53.2%가 관심을 갖는다고 느끼는 반면, 가족은 약 80% 정도가 환자에게 관심을 갖는다고 여기는 등 환자와 가족 간 괴리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족과의 대화시간도 발병이후 줄었다고 응답한 경우가 37.6%(135명)나 됐다.

가족에게 심리적으로 도움을 얻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환자의 42.6%(153명)가 '그렇다'고 답했고, '보통' 36.5%(131명), '그렇지 않다' 20.9%(75명) 등으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이 가족과의 유대관계도 깊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 대상 환자들의 유병기간은 5년 이내가 37%(133명), 5~10년은 22%(79명), 10년 이상이 43.7%(147명)로, 10년 이상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 오랜 시간이 경과하면서 가족들이 환자의 질병에 대해 무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영욱 이사장은 "류마티스관절염은 운동으로 따지면 마라톤으로 여길 만큼 길고 힘든 자기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환자 본인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치료의지와 함께 가족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이사장은 "힘들더라도 무리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의 외부활동과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과의 교류 및 대화를 통해 정서를 순화시키는 것도 치료에 있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