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신약허가 체계 구축, 미프진 허가 지연, 의약품 품절 방치 등 국민 건강권 외면한 것”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가 이재명 정부의 오유경 식약처장 유임과 관련해 이는 국민 건강 외면한 제약산업 지원처 선언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대통령실은 6월 29일 지난 3년 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를 이끈 오유경 식약처장의 유임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건약은 같은 달 30일 성명서를 통해, “오유경 식약처장 유임은 이재명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 제약산업의 이익을 우선시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부실 검증 체계의 구축, 제2의 인보사 사태 우려

성명에 따르면, 오유경 식약처장은 취임 이후 일관되게 제약기업 및 산업 친화적 행보를 보여왔다. 대표적으로는 혁신형 제약기업 신약이라는 미명하에 국내 제약사의 신약 허가규제를 완화하는 GIFT(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 프로그램)를 운영하며 신약 허가 절차에 실사 등 충분한 검증과정을 생략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이 같은 ‘오유경 처장 식’ 의약품 규제완화는 결국 제2의 인보사 사태를 불러올 우려가 크다.

또한 아직 과학적 검증 방법도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디지털의료기기의 허가를 촉진하기 위해 ‘디지털의료제품법’을 통과시켜 이후 신의료기술평가제도 규제완화와 연결되는 부실 의료기기 양산 법안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며, 이는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기가 환자에게 사용될 위험성을 높이는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여성 건강권 외면한 미프진 허가 지연

더욱 심각한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약속했던 유산유도제(미프진)의 허가를 오유경 식약처장은 “유산유도제 효능·효과를 작성하기 위해 추가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막아왔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6년이 지났음에도, 오유경 식약처장 때문에 한국은 여전히 미프진을 사용할 수 없는 유이한 OECD 가입국임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임신중지를 원하는 수많은 여성들은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을 이용하지 못하고, 비싼 수술을 진행하거나 임신중단 시기가 지연돼 건강상 피해를 입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식약처장이 국민, 특히 여성의 건강권을 얼마나 경시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성토했다.

수년째 이어진 의약품 공급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오유경 식약처장은 단순히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한 외국 약 수입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하는데 무능함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나마 의약품 공급의 공적 통제수단인 공급중단보고제도도 이번에 관련 시행규칙 개정으로 제도의 실효성마저 무력화시켰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식약처의 기본적 책무를 저버린 것으로, 의약품 공급부족 사태가 반복될 때마다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지만, 오유경의 식약처는 여전히 제약산업 친화적 민원 해결에만 신경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도 오 처장은 자료보호제도로 설명되는 의약품 독점을 강화시키는 약사법 개정안을 추진했으며, 효과 없는 약으로 지적받는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재평가 기한을 연장시켜 불필요한 약을 국민들이 계속 복용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는 식약처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기관이 아니라, 제약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국민의 건강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식약처장이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키게 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건약의 주장이다.

이 같은 이유로 건약은 이재명 정부의 오유경 식약처장 유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건약은 “오유경 처장이 의약품 규제완화 등을 통해 제약산업 친화적 행보를 보였지만, 국민의 건강권 보호에는 무심했고, 여성의 임신중지권 보호를 위한 유산유도제 허가 요구에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오유경 식약처장 유임이 확정된다면, 이는 결국 식약처가 국민을 위한 안전처가 아니라 제약기업 등 산업을 위한 지원처로 거듭나겠다는 결정과 다름없다.”

이는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국민 건강보다 산업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것이 매우 실망스러운 일로, 이재명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식약처장 유임을 철회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식약처로 거듭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